C#은 자바의 적수가 못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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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 C#과 썬 마이크로시스템(Sun Microsystems, 썬) 자바 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MS가 새로운 프로그램 언어인 C#을 발표하자 썬은 “MS가 불완전한 기술을 표준 위원회에 제출했다”며 MS의 선제 공격을 맞받아 쳤다.

MS의 C# 발표 후 썬 엔지니어들은 줄곧 이에 대한 기술 정보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그들은 “C#은 자바 킬러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썬의 엔지니어들은 “자료가 불충분해서 C#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C#은 윈도우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C 또는 C++의 차기 버전일 뿐”이라며 C#을 평가절하했다.

1996년 MS가 콜루사 소프트웨어(Colusa Software)를 인수한 후 몇 년 동안 “MS가 다종의 언어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버추얼 머신을 개발 중”이라는 루머가 떠돌았다. 하지만 썬의 엔지니어 팀 린돌름은 “MS는 아직 C#의 실행 모델조차 정의하지 못한 상태이며, C#은 독자적인 클래스 라이브러리(class library)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C#은 비주얼 베이직 및 비주얼 C++과 동일한 클래스 라이브러리를 이용한다. 그래서 MS는 C#을 플랫폼이 아닌 순수 언어로 받아들이고 있다. C#은 자바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MS는 26일 C# 및 CLI를 ECMA에 제출했다. 여기서 CLI란 C#, ECMAScript 및 기타 지정되지 않은 언어를 지원하는 커먼 랭귀지 인프라스트럭쳐(Common Language Infrastructure)의 약자이며, ECMA는 자바의 표준화를 검토했던 제네바의 표준 단체이다.

MS 제품 매니저인 토니 굿휴는 제출된 기술안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물론 MS가 오는 10월 15일까지 완벽한 기술안을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번에 제출한 기술안에는 C#에 대한 예비 규격에 대한 기술만 포함하고 있을 뿐, CLI에 대한 스펙이 없다.

MS는 ECMAScript를 표준화시켰던 기술 위원회인 TC 39에게 지금부터 11월까지 5 차례에 걸쳐 모임을 갖자고 제안했다. 또한 그 이후로는 정기 월례회를 갖자는 제안도 함께 했다. MS는 ECMA 총회가 2001년 12월 모임에서 C#을 승인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썬은 MS가 ECMA 총회 때 C#을 제출하지 못한 점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ECMA 총회는 연 2회 모임을 갖는데 지난 주에 그 모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굿휴는 “TC 39야말로 기존에 ECMAScript를 다뤘던 곳으로 C#을 작업하는 데 가장 적합한 모임이다. 따라서 그 외에 새로운 기술 위원회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ECMA 총회 때 C# 기술안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아직 많은 벤더, 애널리스트, 개발자들이 C#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IBM은 MS가 표준 단체에 C#을 제출한 사실에 대해서는 격려하고 있지만, 지원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에반 퀸 부사장은 비록 “C#이 자바에 비해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허위츠 그룹(Hurwitz Group)은 “C#으로 인해 썬은 자바의 일부를 공개소스로 만들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자바를 표준 단체에 제출할 것”이라며 확신하고 있다.

오랜 기간 자바를 개발해 온 데니스 소스노스키는 “MS에서는 플랫폼이 항상 윈도우가 돼버리고 언어는 윈도우 API를 이용하는 제 2의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윈도우 개발자들에게는 굉장한 일이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의미없는 일”이라며 C#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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