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2, 해적판에 대한 단상

중앙일보

입력

역시 밀레니엄을 장식할 최고의 게임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등장이었다.

블리자드의 액션 롤플레잉 게임 '디아블로 2'의 등장과 더불어 국내에는 이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역시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아블로2'의 등장으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정품 발매 이전 FLT에 의해 제작된 불법 ISO(립버전이 아닌 시디 그대로를 뜻함)가 퍼지면서 고속 통신망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한번에 몰려 전반적으로 모든 통신망 속도가 느려졌다는 점이다.

고속 통신망을 제공하는 업체에 가입한 유저들이 일정 시간대에 대용량의 파일을 받기 위해 몰리자 해당 네트웍에 연결된 사이트들이 연속적으로 속도가 저하된 것이다.

실제로 평소 화면이 완전히 뜨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20초에 지나지 않았던 모 사이트의 경우 '디아블로2'가 공개된 후 이틀 동안 화면이 뜨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3분이 걸릴 정도였다. '디아블로2' 시디 파일이 있는 장소가 공개된 모 와레즈 사이트의 게시판의 경우 거의 먹통이 되었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많은 유저들이 몰려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고속 통신망의 보급 덕분에 시디 3장 분량의 고용량을 가진 '디아블로 2'의 확산 속도도 그 어느 게임타이틀보다 빨랐던 것이다.

국내의 경우 이제까지의 불법 립, ISO 게임이 대부분 퍼트리기를 꺼렸던 반면 '디아블로2'의 경우 공유를 위해 서로 파일을 공개하는 등 비록 불법이긴 하지만 네티즌들 사이에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다.

제작사인 블리자드 또한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적절히 대처를 하고 있다. 정보가 공개된 외국 와레즈 사이트를 비롯하여 28일 공개된 v1.01패치를 통해 배틀넷이 아닌 프리 서버를 통한 멀티플레이 게임을 열고 있는 IP를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디아블로2'의 진정한 재미인 배틀넷을 즐기기 위해서는 정품의 시디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제가 붙는다.

현재 불법 ISO판 '디아블로2'를 즐기고 있는 유저들이 모두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게임은 반드시 정품을 구해야한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정품 발매 후 이전의 게임들이 불법 게임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던 것과는 달리 '디아블로2'의 경우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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