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국내 업체가 왜 외국기업에 팔리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자동차회사인 대우자동차가 국내외 회사들에게 팔리게 됐습니다.

지난해 대우그룹이 엄청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쓰러진 뒤, 돈을 꿔줬던 은행들이 대우 계열기업들을 하나씩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은 여러분도 아시죠.

대우자동차에 돈을 제일 많이 꿔준 산업은행은 오는 9월까지 대우자동차를 팔기로 하고 최근 인수 희망서를 받았는데, 미국의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자동차, 그리고 우리나라 현대자동차와 손을 잡은 미국.독일 합작회사 다임러크라이슬러자동차 등 세개 그룹이 나섰어요.

결국 이들 중 한 회사가 대우자동차의 새 주인이 되겠지요.

이처럼 국내외 기업들 중에서 새주인을 찾는 회사는 대우자동차뿐이 아니지요. 서울은행도 외국 주인을 맞기에 앞서 현재 독일의 도이체은행에 임시로 경영을 맡기고 있어요. 이에 앞서 삼성자동차는 프랑스의 르노자동차로 넘어갔고, 제일은행도 미국의 뉴브리지 캐피털이라는 회사에 팔렸어요.

그런데 우리 기업들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면 말들이 많아요. 노동조합이나 일부 시민단체 등에선 "우리의 알짜 기업들이 헐값이 팔리고 있다.

이러다간 우리 경제의 운명이 외국 기업에 의해 좌우될지 모른다" 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요.

반면에 다른 쪽에선 "외국인들이 부실한 회사를 사들여 살리겠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회사의 일자리가 남고 수출도 계속하게 되니 경제에 큰 보탬이 된다" 며 환영하고 있어요.

양쪽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먼저 반대하는 사람들은 외국 기업이 들어오면 사람을 많이 줄이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어요. 또 본사의 기술이나 부품을 가져와 국내 인수 기업에는 단순한 조립만 맡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죠.

외국 기업이 우리 시장을 휩쓸 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와요. 예를 들어 외국 자동차회사가 대우자동차를 사들이면 현대나 기아 자동차는 망할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그러나 찬성하는 사람들은 경제를 좀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주장해요. 돈이 있고 경영 능력도 있는 우리 기업이 사들일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요. 그러나 회사를 파는 쪽에서 보면, 국내기업이든 해외기업이든 비싸게 사겠다는 곳을 택하게 마련이지요.

정부가 사들여 국민기업으로 만들면 어떠냐는 의견도 나와요. 하지만 이는 위험한 발상이예요. 만약 망하면 어쩌죠. 온 국민이 세금을 털어넣어야 하지 않겠어요.

뭐가 국내 기업이고 외국 기업인지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포드자동차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기업을 사들이거나 만들면 법으론 한국기업이 되는 거예요. 주인만 외국인일 뿐이지, 공장이 우리 땅에 있고, 우리 근로자들을 고용하며, 우리 정부에 세금을 내기 때문이죠. 수출을 할 때도 한국상품이란 뜻의 '메이드 인 코리아' 상표를 달아요.

거꾸로 우리 기업인 삼성전자가 영국에 회사를 세우면 영국 사람을 고용하고 영국 정부에 세금을 내는 영국 기업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세계 각국은 지금 "세금을 깎아주겠다, 정부가 공장 지을 땅을 싸게 빌려주겠다" 는 등 여러 혜택을 내걸고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물론 포드자동차는 세금을 내고 남은 이익의 일부를 미국 본사로 가져가고,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로 들여오게 되지요.

외국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 시장은 이미 개방돼 있어 외국 제품의 수입을 막을 길이 별로 없어요.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경쟁력이 없다면 수입 자동차 때문에도 결국은 시장을 잃게된다고 봐야해요.

오히려 수입품이 쏟아져 들어오기 전에, 외국 자동차회사와 국내에서 경쟁을 벌이게 되면 현대자동차는 살아남으려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 결과 경쟁력도 올라가지 않을까요. 외국의 첨단기술이나 선진 경영기법, 고객 서비스 방식 등을 어떻게든 배우게 될 거예요. 그러면 수출도 늘어나겠지요.

물론 헐값에 팔리는 일은 없어야죠. 그래서 기업 매각은 국제 공개입찰 방식을 택해 시장가격에 맡기게 되요. 또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파는 시점도 잘 선택해야 하죠. 이렇게 요즘의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나면 우리 기업들의 실력이 좋아져서 세계시장을 주름잡을 날이 꼭 오게될 겁니다.

김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