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르 비한 주연의 '젯셋(Jet Set)' 1위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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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사무엘 르 비한 주연의 〈젯셋(Jet Set)〉이 5십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고 1위로 개봉했다. 〈숲속을 걸을까요?(Promenons-nous dans les bois)〉라는 프랑스 호러영화는 2위로 개봉했고, 20일 단 하루 개봉으로 3위에 오른 〈글라디에이터〉도 있다.

그 외, 존 트라볼타 주연의 〈배틀필드 어스(Battlefield Earth)〉가 8위로 개봉했고, 주말까지 10위를 기록하다 〈글라디에이터〉의 개봉으로 11위로 밀려난 영국 출신 저스틴 케리건의 〈휴먼 트래픽〉도 주목할 만한 영화이다.

작년 세자르 상을 석권했던〈비너스 보떼〉의 남자주인공 사무엘 르 비한을 다시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미디 영화인 〈젯셋〉은 역시 코미디 배우 출신인 파비앙 옹뜨니앙뜨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로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했다"라고 그런대로 괜찮은 평을 얻었는데, 〈젯셋〉이란 제목은 개인용 젯 비행기나 요트 등으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부류를 비꼬는 속어이다.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내용도 젯 파리지엥(돈많은 파리지엥)이 되어 고급 사교계에 진출하는게 꿈인 도시외곽 젊은이들의 삶을 코믹한 시각으로 그린 영화다. 특히 르 누벨 옵세르바떼르나 르 뿌엥은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사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시나리오를 이 영화의 최고 강점으로 내세웠다.

리오넬 델쁠라끄 감독의 〈숲속을 걸을까요?〉는 늑대인간을 다룬 전형적인 여름용 호러영화로, 배우들도 청춘스타들을 기용해 다른 미국 호러영화의 아류작이라는 비난과 함께 상파울로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감독의 전작 〈오퍼스66〉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작품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수요일에 새 영화를 개봉하는 관례를 무시하고 화요일인 20일 개봉하여 하루동안 10만 이상을 동원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라디에이터〉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매우 호의적이다. 97년 〈G.I 제인〉의 실패 이후 3년간의 침묵 끝에 내놓은 영화라 더욱 관심을 끌었는데 피가로 스코프는 "스콧 감독은 이 한편의 웅대한 서사시로 완벽하게 재기하였다"라고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셰익스피어를 연상케 하는 대사나 현란한 편집은 언론마저 사로잡았는데, 랙스프레스는 "명작과의 조우"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리베라 시옹도 "놀랄만한 스펙터클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까이에 뒤 시네마는 "러셀 크로우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보느니 산책을 권장했을 것이다"라고 혹평을 했고, 르몽드도 "철저한 쇼 비지니스의 논리"를 따른 감독을 비난했다.

비록 〈글라디에이터〉에 밀려 11위로 개봉한 〈휴먼 트래픽〉은 영국 출신의 신인감독 저스틴 케리건의 작품으로 이미 토론토 국제영화제를 비롯하여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대니 보일의 〈트레인스포팅〉을 연상케 하는, 현재 영국 젊은이의 삶의 한단면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파티와 마약, 대화 주제는 언제나 섹스, 새로운 재미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문제는 비단 영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르몽드는 "주인공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에너지를 적절히 조율하는 감독의 역량은 충분히 우리를 흥분케 한다"라고 했고, 리베라시옹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감독은〈트레인스포팅〉이 보여주었던 일말의 모럴리즘 마저도 배제한다"라고 했다.

파리에서는 6월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영화축제"를 가진다. 영화 한편을 정상가격(45프랑 = 약 8천원)으로 본다면 3일간 이후의 다른 영화는 10프랑이면 오케이다. 봄철 내내 "2000년 2000쌍띰(20프랑)"이나 "18시 18프랑" 등 여러 행사로 영화관 문턱을 낮추는 행사를 주관해 온 파리시청에서 다시 한번 말 그대로 영화축제를 개최한다. 문화행정은 말로만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행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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