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채용, 정년없는 고용 … 대대적 인사혁명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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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72·사진)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 사람 중심의 ‘인사혁명’을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4일 오전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에서 임직원 대상 특강을 통해서다.

 정 명예회장은 “기업이 급변하는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근간인 직원을 관리하기 위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명희(68) 신세계그룹 회장의 남편이자 정용진(43)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아버지다. 기업 최고위층이 ‘혁명’이란 단어를 쓰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정 명예회장이 인사혁명을 주문한 것은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인사시스템을 적당히 수정하는 정도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업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신세계그룹 전반에 대대적인 인사 혁신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명예회장은 “기존의 직무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인사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실천방향도 제시했다. 신세계의 기존 인사시스템의 골격은 정기채용과 연공서열식 승진·임금 체계다. 이것을 필요한 인재는 수시로 채용하는 한편 능력을 갖춰야만 승급하고(졸업식 승급제), 역량에 따라 연봉을 차등지급(누적식 연봉제)하는 시스템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정 명예회장은 역설했다. 또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세계가 진출하고자 하는 모든 지역에 파견해 1년 정도 살게 하는 지역전문가 제도와 일본의 정경의숙 같은 유통대학 설립도 제안했다. 여성 고급인력 확보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특히 파격적인 제안은 정년 이후 재고용제도와 정년 적용을 받지 않는 전문위원제도다. 정 명예회장은 “강의를 맡고 싶은 만큼 맡고 수당을 받는 대학 명예교수 제도처럼 퇴직인력도 회사가 필요할 때 파트타임으로 재고용한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라며 “정년 이후 재고용제도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위원제도는 마케팅, 경리, 법무처럼 전문성 있는 직군의 경우 본인이 선택하면 정년 없는 계약직으로 계속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이 같은 인사혁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인사개혁추진위원회 구성과 ‘최고 인사책임자(CHRO·Chief Human Resource Officer)’ 임명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특강에는 구학서(65)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해 신세계그룹사 대표와 임원, 백화점과 이마트의 간부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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