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 강화로 고객 DB 상한가

중앙일보

입력

어느 날 갑자기 알지 못하는 회사로부터 날아오는 DM과 스펨메일. 우편물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거나 특정 웹사이트에 가입한 적도 없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 알려졌는지 하루에도 수 십 통씩 날라와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이런 경우 개인 신상정보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외로 유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스펨메일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개인정보침해 상담유형을 보면 해킹으로 인한 사용자 이름과 패스워드 유출이 전체 44.5%를 차지하며, 원치않은 광고성 메일(스펨메일)이 16%, 이용자 동의없는 무단가입 6.3%, 타인 정보를 도용한 서비스 가입이 2.8%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골칫거리가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업체들이 6월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유출을 감시 처벌하는 ''개인정보 보호지침''의 시행에 들어간 것.

이렇게 법적으로 처벌 조항이 마련되고 사회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마인드가 확산되면서 DB마케팅을 위해 다른 회사로부터 고객 관련 정보를 가져와 신규 고객을 확보했던 기업들은 더욱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됐다. DB마케팅을 시도하려는 기업들의 운신의 폭도 더욱 좁아졌다. 신규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고객과의 트랜잭션 데이터를 모아 행태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CRM(고객관계관리)을 하자는 주장에 설득력이 커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NCR의 이화직 부장은 "고객에게 허락받은 사항에 대해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개인정보의 활용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국내서는 합법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없다"며 "고객의 나이, 연 수입, 아파트 평수, 재산세 납부 실적, 출신 학교, 직장에서의 위치 등등 데모그래픽 데이터를 본인으로부터 혹은 다른 회사의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직접적으로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주장한다.

이화직 부장은 고객과 회사와의 접촉 데이터를 통해 고객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트랜잭션 데이터는 모든 회사가 가지고 있으며, 과거의 트랜잭션이 세일즈맨이라는 채널로 단일화돼 있었던 것이 비해 최근에는 다양한 채널의 트랜잭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SAS의 임난희 차장 역시 고객에 대한 이해는 고객이 기업에 남긴 다양한 정보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임 차장은 "고객의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 마이닝과 같은 분석 기법을 활용해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고, 예측된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과의 접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트너 그룹은 CRM을 ''신규 고객을 획득하고 기존 고객 유지 및 고객 수익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 행동을 이해하고, 영향을 주기 위한 광범위한 접근''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고객에 대한 학습과 그 결과를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에 대응하면서 고객 행동을 이해하고,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CRM이라는 것이다.

무차별하게 그물을 던져놓고 신규 고객이 걸려 들기를 바라거나 한번의 이벤트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 나몰라라 ''치고빠지기'' 전략을 구사하기 힘들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을 통한 확실한 고객 확보와 이렇게 확보한 고객과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진정한 CRM에 접근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