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 2000] 유고·노르웨이전 관전평

중앙일보

입력

유고슬라비아 대 노르웨이의 C조 예선 2라운드 경기.

유고는 경기 시작부터 선수 전원의 활발한 몸놀림과, 기술과 스피드를 이용한 측면 활용, 그리고 정확한 연결로 노르웨이 진영을 파고들었다.

지난 슬로베니아와의 경기 때 득점과 어시스트를 올리며 맹활약한 드룰로비치는 오늘 경기에서도 좌측 측면을 종횡무진 휘저으며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반면 슬로베니아 전에 부진했던 라치오의 데얀 스탄코비치는 선발에서 제외되었고 그 자리를 노장 스토이코비치가 들어오면서 유고 진영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해냈다.

유고는 전반 8분만에 터진 밀로세비치의 골을 끝까지 잘 지켜 이번 대회 첫 승을 따내며 혼전으로 접어든 C조에서 승점 4점을 챙기며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드룰로비치의 코너킥을 살짝 방향만 바꿔 놓는 힐킥이 오늘 유고와 노르웨이 양 팀의 희비를 교차하게끔 만든 장면의 전부였다.

좌우 측에 포진한 드룰로비치와 스토이코비치의 미드필드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유고는 경기를 매끄럽게 끌고 갈 수 있었다.

또한 패싱 타이밍은 물론, 패스 시 패스하는 선수와 패스를 받는 선수의 움직임이 조화롭게 연결되면서 노르웨이 진영을 구석구석 헤 짚고 다닐 수 있었고 주위 동료를 이용할 줄 아는 플레이 역시도 지난 경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나아진 면모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반 선취 득점 이후 만회골을 노리는 노르웨이의 거친 플레이에 다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후반 들어서는 미드필드 진의 체력 저하와 맞물려 공격 가담 숫자가 줄어들면서 공격의 위력이 다소 둔화된 듯한 인상을 낳기도 했다.

또, 후반 막판 슈팅할 타이밍에서 슈팅을 아끼면서 잘 이어진 연결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아쉬운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전 후반 내내 보여준 기동력과 조직력에 의한 효과적인 플레이는 한국과의 두차례의 친선 경기, 슬로베니아와의 1차전 등 최근 경기에서 보인 경기력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장신 공격수 틈바구니에서 선전한 골키퍼 크랄리의 선방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강적 스페인을 물리친 기세로 쉽게 8강행을 결정지으려던 노르웨이는 초반 이른 시간대 내준 선제 골로 인해 경기 내내 조급한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장신 공격수인 플로와 이베르센 등의 제공권을 활용하고 배후에서 솔샤르의 득점력을 기대했던 그들은 초반부터 길고 높은 패스를 위주로 한 문전 공략을 시도했다.

또한 수비 쪽에선 기술과 기동력이 앞선 유고의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공격 진영으로부터의 강한 프레싱을 사용하면서 수비 진영에서는 밀집 수비를 펼쳐나갔다.

그러나 기대했던 미드필드로부터의 차단이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도리어 선제 실점을 허용하자 유고의 경기 흐름을 끊어보겠다는 의도에서 보다 거친 플레이로 일관하게 된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짙은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후반 양팀의 감정 싸움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한다.

노르웨이는 후반 들어 미클랑이 미드필드에서 활발히 움직여 주며 몇 차례 기회를 맞기도 하는데 측면 쪽에서의 빠른 연결이 수반되면서 플로를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포스트 플레이의 단순한 공격 패턴만을 고집하면서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스토이코비치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인 유고에 무릎을 꿇고 만다.

이렇게 해서 유고는 1승 1무로 8강에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고 노르웨이는 1승 1패로 스페인과 동률이 되어 남은 슬로베니아와의 경기에서의 승리가 절실해졌다.

결과적으로 오늘 경기에서 유고는 지난 슬로베니아 전에서 극적인 무승부를 거둔 이후 다소 심리적인 상승 효과를 이끌어내며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할 수 있지만 후반 좀더 앞서 나갈 수 있는 좋은 컨디션에서 마냥 소극적인 양상의 플레이를 전개한 것을 볼 때, 지난 프랑스 월드컵에서와 마찬가지로 좀 더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경기 운영이 없이는 8강 이후에 만나게 될 상대들과의 경기에선 결코 나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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