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으로 올 3억 매출 … 거제 다대마을의 희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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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다대리 어촌체험관에서 주민들이 숙박용품을 정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길정 ㈜다대자율공동관리체 대표, 김상진 마을 청년회장, 공상원 마을 이장, 진성우 삼성중공업 차장. [거제=송봉근 기자]

24일 오후 경남 거제시 남부면 다대리 마을 어촌체험관이 오가는 주민들로 활기차다. 전국 어촌체험마을 경진대회와 관련, 25일 농림수산식품부 등의 실사를 앞두고 체험관 청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마을 홍보물이 빼곡히 있는 체험관의 2층에는 콘도식 방 3개가 딸려 있다. 마을 앞 U자형 갯벌에는 그물이 매달린 장대가 줄지어 서 있다. 공상원(48) 이장은 “밀물·썰물 때 그물을 올리고 내려 물고기를 가두는 장치로, 관광객들의 맨손 물고기잡이 체험 때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업을 하는 곳이 ㈜다대자율공동관리체다. 지난 4월 설립된 마을기업이다.

  이 마을기업은 다른 동네의 마을기업과 조금 다르다. 삼성중공업 등 기업의 지원이 결합한 새로운 모델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만 해도 다대리는 주민 수가 1000여 명이 넘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어촌을 떠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마을을 살릴 길을 고민했다. 떠오른 게 어촌관광이었다. 물고기잡이 체험, 갯벌 체험 등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로 하고 2009년 사업을 시작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해 4000여 명이 마을을 찾은 게 전부다. 수익은 한 푼도 나지 않았다. 경영마인드가 부족했다. 주민들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이때 삼성중공업이 팔을 걷어붙였다. 이 회사는 2008년 8월 다대리 마을과 자매결연을 하고 연간 10차례 정도 마을 청소 등 자원봉사를 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소득을 올릴 실질적인 지원은 부족했다. 이 회사 진성우 차장은 “기업의 진정한 사회공헌이 뭔가 고민한 끝에 경영마인드를 전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민 52명이 1000만원씩 자본금을 냈다. 정부보조금 6억3000만원도 마련됐다. 삼성중공업이 2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다른 회사도 동참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프로그램 개발 등 경영자문을 했다. 에버랜드는 주민 대상 서비스교육을 맡았다. 제일기획은 ‘다대마을’ 로고를 만들어 주고 홍보를 도왔다.

  관광 인프라도 개선했다. 폐교인 다대초등교 를 관광객 숙소로 사용키로 하고 연말까지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여름철에는 갯벌 체험과 물고기 맨손잡이, 2~5월엔 숭어잡이, 가을엔 전복잡이와 선상낚시 등이다. 10억원을 들여 유람선(180인승·99t)도 만들고 있다. 다음 달부터 관광·선상낚시 같은 유람선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마을을 찾은 관광객만 4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3억5000만원의 매출에 8000만원의 이익이 예상된다.

 회사 대표 윤길정(52)씨는 “마을기업 설립 뒤 소득증대·고용창출이 가능해져 주민들이 똘똘 뭉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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