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계기 음식·패션 등 '북풍'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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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회 곳곳에서 북한 열기가 일고 있다.

북한 음식점에 사람이 몰리고 사이버공간에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주가가 폭등하는가 하면 노래.서적 등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 음식〓14일 북한음식 전문점에는 방북 첫날인 지난 13일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점심으로 먹은 평양온반(닭고기 국물에 밥을 만 평양 전통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또 만찬에 등장한 륙륙날개탕(메추리 완자탕)에 대한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귀순자 김용(金勇)씨가 공동 운영하는 모란각 서울 청담점에는 이날 점심 때만 3백여명의 손님이 찾아 이중 50여명이 평양온반을 맛봤다.

명태식해(발효시킨 명태를 새콤하게 무친 것)도 이날 하루 1백50여 접시가 나갔다. 평양온반을 처음 먹어봤다는 김준성(金俊性.90.서울 강남구)씨는 "신문을 보고 찾았는데 맛이 담백하고 괜찮은 것 같다" 며 "마치 평양에 와 있는 기분" 이라고 말했다.

모란각 경기도 일산 본점에는 '륙륙날개탕이 도대체 뭐냐' 는 문의전화가 오전에만 10여통 걸려와 북한음식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만수대 무용단 출신 귀순자 신영희(申英姬)씨가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진달래각 역시 평소보다 20% 많은 7백여명의 손님이 몰려들었다.

특히 녹각.인삼.밤.대추.꿩완자.닭고기.쇠고기 등 21가지 재료에 쇠고기 육수를 넣고 끓여 만든 북한 상류층 음식 '평양장수육' 은 평소보다 2.5배 많은 70여 그릇이 팔렸다.

◇ 인터넷사이트〓사이버 정치증권 사이트인 포스닥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식이 상장 거래된 13일 이후 사자주문이 쏟아져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5만2백원에 공모된 金위원장의 주가는 14일 오후 현재 6만7백42원으로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팔자 물량이 없어 대기 주문량만도 4천7백여주에 달했다.

북한 관련 인터넷 벤처 1호 기업인 ㈜조선인터넷닷컴은 남북 정상회담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로 네티즌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집 코너를 마련하는 한편 사이버 판문점을 차려놓고 인터넷 정상회담 촉구 1천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평소 6백여명에 불과하던 접속 건수가 회담이 성사된 뒤 1만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고 말했다.

코리아스코프.통일연구원 등 각종 연구기관의 북한 사이트와 통일부.이북5도청 등의 게시판도 평소보다 10배 이상 많은 네티즌이 방문했다.

북한의 실상과 권력구조.문화유산.역사 등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에도 네티즌의 방문이 줄을 이어 평소 하루 2만여건이던 접속 건수가 3만3천여건으로 폭증했다.

◇ 가요〓 '반갑습니다' '휘파람' 등 북한 인기 대중가요 11곡을 국내 가수 길정화양이 불러 발표한 음반 '통일소녀' 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작사인 동아기획측은 회담 당일인 지난 13일 2천장의 주문이 들어와 그전까지 하루 주문량(5백장)의 4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동아기획 관계자는 "지난달 발매를 시작한 지 3주 만에 이미 5만장을 넘어섰다" 며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10만장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 서적〓교보문고의 정치.사회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김정일 100문 100답' 이 출간 한달도 안돼 1위로 올랐으며 '현대북한의 지도자' 도 8위를 기록 중이다. 교보문고측은 지난 4일부터 북한서적 코너를 마련, 운영하고 있다.

창작과비평사 최원식(崔元植)주간은 "북한.김정일 알기 열기는 그동안 경직된 반공논리 때문에 부정적으로 알려져 온 북한지도자의 이미지를 바꿔 장기적으로 남북간의 이질감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사회부.대중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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