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비산먼지 고통 … 빨래도 못 널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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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양성자 가속기 연구센터 건설현장이 먼지 발생으로 말썽을 빚고 있다.

 24일 경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에 들어서는 양성자 가속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산(飛散)먼지로 광명동 일대 40여 호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건설현장은 하천 변과 농로를 진입로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농로에 임시로 마련한 진입로는 비포장 길로 건설 차량들이 지나칠 때마다 많은 먼지를 발생시키고 있다. 비산먼지 때문에 진입로 주변 농작물은 오염돼 있고, 광명동 주민들은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양성자 가속기 건설은 2009년 시작돼 내년 8월 준공 예정이다.

 비산먼지는 진입로뿐만 아니라 양성자 가속기 공사 현장에도 다량으로 발생해 인근 농지와 마을을 오염시키고 있다. 하지만 공사현장에 살수차량을 운행하고는 있지만 비산먼지를 막기에는 턱없이 미흡한 상태다.

 주민 박진우(63·광명동)씨는 “수확기에 들어간 농작물이 먼지로 온통 뒤덮여 있다”며 “비산먼지 때문에 벼·파 등 농작물의 발육이 좋지 않아 수확량도 줄어들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거기다 농작물 야외 건조가 힘들고 마당에 빨래도 말리지 못하는 등 생활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또 소 사육 농가의 경우 그동안 추수를 마친 짚단을 사료로 활용했지만 짚단이 먼지 투성이어서 사료를 따로 구입해야 할 판이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간사는 “농로에 마련된 임시 진입로는 공사 규모나 기간으로 보아 처음부터 포장해 비산먼지를 줄였어야 했다”며 “경주시가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명령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사업체인 D건설 측은 “농로를 사들여 공사용 도로로 만든 경주시가 조치를 했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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