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의 선 VS 야시방

중앙일보

입력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대부분은 PC방이나 개인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일 것이고, 또한 인터넷 상의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작업을 하다가 접속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갑작스레 발동한 성적 욕구로 인해 X가 두서너 개 붙어 있는 야한 사이트를 찾아 이리 저리 헤매거나 번개팅이라도 할 요량으로 이곳 저곳에서 채팅을 시도하다 포기하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컴퓨터의 이상으로 자신의 컴퓨터 안으로 미 정보부에서 극비리에 개발한 사이버 섹스 프로그램이 들어온다면 어떻겠는가? 프로그램의 이상여부를 떠나 한번쯤은 시도해 보고 싶지 않을까? 황당한 상상이지만 그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AV가 있다.

이전에도 사이버 섹스를 다룬 〈론머맨〉이나 〈데몰리션맨〉과 같은 영화들이 있었고, 최근에는 〈엑시스턴즈〉라는 제목의 영화가 이와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모두가 독특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AV팬들의 기대에는 충족할 만한 영상이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만한 영화가 있으니 초록스크린의 간판스타 송해기 주연의 〈야시방〉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또한 그러한 상상들을 실현하고 싶은 욕망의 크기는 얼마인가? 이러한 상상들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인류가 발전해 왔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의 과학으로도 알 수 없는 인간 최대의 과제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죽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의 한 의과대학. 학생들 몇 명이 그 비밀을 캐기 위해 스스로 죽음의 문턱에 다가서게 된다.〈유혹의 선〉이라는 이 영화의 원 제목은 〈Flatliners〉

뇌파의 상태가 변동이 없이 일정한 선을 그리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TV 드라마 등에서 환자의 죽음을 알리는 신호로 많이 사용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의과대학 학생 5명은 그 상태에서 죽음을 느끼다가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맛보게 된다.

〈야시방〉한 남자가 PC를 이용 음란 채팅을 하거나 색다른 즐거움을 찾으려는 무리를 모아 동호회를 만든다. 그 남자는 밀레니엄 버그가 발생하여 자신의 PC로 다운된 사이버섹스 프로그램을 소개하게 되고, 동호회의 회원 5명은 호기심에 불타 각각 돌아가며 사이버섹스의 절정을 느끼게 된다.

AV의 평균수준을 감안하여 본다면 본격 SF영화로 장르를 구별해도 좋을 만큼 사이버섹스 공간에서의 화려한 편집이 볼만하다. 특히 간판스타 송해기가 사이버 공간에서의 가상 인물로 설정되어 그녀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또 다른 이미지를 선보인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사이버섹스를 소재로한 다른 영화들은 막상 섹스씬에 가서는 그 노출정도가 너무 빈약하다는 인상을 지우지 않을 수 없는데 비해 이러한 면에서 〈야시방〉은 보는 사람들의 욕구의 상당량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고 본다.

어쨌든 사이버섹스를 돌아가며 경험하게 되는 동호회 사람들. 그 놀라움에 취해 자신이 어떠한 상태가 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그 절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데…

사이버섹스 대신 죽음을 맛보기 위해 죽도록 고생하는 〈유혹의 선〉의 주인공들. 죽음의 선상에서 자신의 과거가 보이는 것을 알고는 의아해 한다. 뿐만 아니라 죽음에서 깨어나 일상으로 돌아와도 그 과거는 전이되고 변화하여 자신을 계속 괴롭히고, 그 과거가 자신이 그 당시 용서받지 못한 과거라는 사실을 알고는 용서를 빌기 위해 다시 한번 죽음의 문턱으로 들어가 과거의 인물들과 조우하게 된다.

절정의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야시방〉 동호회 사람들. 컴퓨터의 이상으로 동호회의 한 여자가 가상인물에게 가혹한 강간을 당하게 되면서 동호회 사람들은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현실에서조차 그 가상인물이 실제처럼 보이게 됨으로써 문제는 더욱 커지게 된다.

동호회가 해산될 지경에 이르러 프로그램을 처음 발견한 주인공은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는 사람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설명을 한번에 알아듣는 동호회 사람들은 사이버섹스의 공간에서 무사히 빠져 나오게 되면서 영화는 해피 앤딩으로 끝이 난다.

과거의 인물들과 만나 용서를 빌고 자신이 과거에 무심코 지나쳐 간 사건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유혹의 선〉의 라스트. 학원의 왕따 문제에서 베트남전의 실체, 플레이보이의 질책까지 사회의 여러 문제를 스릴러라는 장르로 심도 깊게 파고든다. 줄리아 로버츠 뿐 아니라 키퍼 서덜랜드, 케빈 베이컨, 윌리암 볼드윈까지 배역도 화려한 영화.

시나리오의 구성이나 소재를 외국 영화에서 빌려오긴 했지만, 〈야시방〉같은 영화로 AV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SF와 같은 장르까지 섭렵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계속해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잘 짜여진 구성으로 AV 팬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영화가 나오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