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린/ Chaplin

중앙일보

입력

대중들에게 찰리채플린이란 인물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함 자체이다.

그가 영화속에서 분한 다양한 군상들보다도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다름아닌 그의 인생자체란 이야기이다.

흑백 모노톤의 스크린위로 비추어지던 찰리채플린의 모습- 가령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중절모와 지팡이, 너덜너덜한 신사복과 사이즈 300은 되어 보이는 신발이 우리가 아는 대부분이었다면 스크린뒤에 감추어진 그의 모습은 전혀 다른 인생이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통렬하게 비꼬는가 하면, 1인 2역의 연기도 마다않고 서슴없이 표현해 낸 독재자의 양면성을 통해 그가 세상을 관조하는 방식이 어떤것인지 보아왔다.

스크린속의 신사 찰리의 인생과 실생활에서의 찰리에서 공통점은 그래서 선뜻 상상하기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비판의식은 유효한 듯 하다.

특히 인생의 막바지에는 공산주의자로 오인받고 한몸바쳐 헌신한 영화계에서 버림받는 신세가 되기도 했던 에피소드는 매우 유명하다.

영화 '채플린'은 너무도 강렬한 영화속 이미지로 인해 가려져왔던 인간 찰리채플린과 그의 주위 사람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이다.

음악을 맡은 작곡가는 거장 존배리이다.

영화음악 세계에서 그의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 또한 그의 유명세로 짐작컨데 작품의 퀄리티는 충분히 보장되고도 남음이 있으나 이 작품에서의 음악은 무척 신중한 작업이었다.

일단은 이런류의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인물들이 갖는 카리스마가 워낙 강렬해 음악으로 표현해낸다는 자체가 버거운 일인 것이다.

사실 이것은 한 인간의 일생을 다룬 전기류의 영화에서 늘 반복되어온 압박감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찰리채플린이란 인물은 자신의 영화를 위해 직접 음악을 작곡한 바도 있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라(그 음악들의 유명세도 상당하다) 존배리의 오리지널스코어속에 찰리채플린의 작업들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존배리는 이런 점을 감안하여 자신의 스코어속에 어줍잖게 삽입되는 형태를 지양하고 완전히 독립적으로 찰리채플린의 영역을 할당했다.

채플린의 음악들 중 유명한 'Smile'을 섬세한 편곡으로 재배치한 것은 좋은 예이며, 때에 따라서는 이 영화의 메인테마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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