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EU, 정상회담 두 번 연속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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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산 넘어 산이다. 그리스 의회가 20일(현지시간) 추가 긴축 법안을 통과시키며 그리스 디폴트 위기는 막았다. 하지만 23일로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연기설이 흘러나오며 이날 유럽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수습은 시장이 요동친 뒤에야 나왔다. EU는 정상회의 연기설을 부인했고 슈테판 자이벨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유로존 정상이 23일 예정대로 회의를 한 뒤 주요 조치 합의를 위해 늦어도 26일까지 2차 회의를 한번 더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U 정상회의에 앞서 이견 조율을 위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 브뤼셀에서 만난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상회의 연기가 아닌 추가 회담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성명서에서 “메르켈 총리와 사르코지 대통령이 유로존 위기에 대처하는 포괄적이고 야심 찬 대응책에 완벽하게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다룰 대책은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추가 확대 방안, 은행 자본 확충 계획 등이 총망라된 ‘종합선물세트’가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EU 정상이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의 해법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각국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독일 연립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 정상 회의에서 EFSF 재원 확충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3~4일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는 불안감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샌프란시스코 웨드부시 모건의 매니저디렉터인 스티븐 마소카는 “유로존과 관련한 최근의 상황에서 시장은 개별 사안에 대한 반박과 입장 철회, 부인 등에 달아올랐다 갑자기 식어버리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마치 핑퐁게임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1일 “경기가 악화하면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의 신용등급도 1~2단계씩 낮춰질 수 있다고 덧붙이는 등 유로존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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