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 1027 맞교환, 조국 위한 헌신 최고로 예우한 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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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비아 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19일 서울 서린동 대사관에서 이스라엘이 도입을 추진 중인 한국의 고등 훈련기 T-5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스라엘 병사 한 명과 팔레스타인 재소자 1027명을 맞바꾼 것은 이스라엘 정부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젊은이의 생명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19일 투비아 이스라엘리(56)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전날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끌었던 포로 교환 문제를 언급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며 “이전에도 포로 교환이 있긴 했지만 1대 1027명은 유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가 5년간 포로로 잡혀 있었고 그의 생사와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포로 교환만이 그를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석방된 포로 숫자의 불균형뿐 아니라 이들이 다시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이스라엘이 풀어준 포로 중 상당수는 팔레스타인 내 과격 무장 정파인 하마스 소속이다. 이 때문에 테러 희생자 가족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리 대사는 “이스라엘은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다수 의견을 수렴해 국가를 운영한다”며 “진통이 있겠지만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괄호 안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최근 유엔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팔레스타인 측이 지난달 말 유엔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분명히 반대한다. 팔레스타인이 유엔에 가입해 국제사회에서 국가 지위를 갖게 되면 양측이 벌여온 평화 정착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양측은 빈번히 군사적 충돌을 빚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ICJ) 같은 국제기구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이 국가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팔레스타인이 유엔 가입국이 된다면 사사건건 국제기구에 제소할 것이다. 이럴 경우 양측의 대립은 심화될 것이고 진행 중인 평화 정착 협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이스라엘 정부가 한국의 고등 훈련기인 T-50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현재 한국과 이탈리아가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T-50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이미 생산된 기종으로 현재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실제 사용되고 있기에 문제점들이 많이 개선됐을 것이고 성능과 안전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이 이탈리아보다 조금 유리한 입장인 것 같다. 내가 훈련기 도입 책임자라면 한국의 T-50을 선택할 것이다.”

 - 대사관 출입 절차가 여느 대사관들과 달리 상당히 엄격한데.

 “이스라엘은 중동 한복판에서 섬처럼 존재하는 나라다. 이스라엘 국민은 항상 테러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대사관 등 정부기관에 대한 위협은 더 심각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테러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다. 생존을 위한 것이니 이해해 달라.”(※서울 서린동에 있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출입 절차는 여느 대사관과 사뭇 다르다. 예외없이 철저한 검문검색을 통과해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국제공항에서 사용하는 금속탐지기로 몸수색을 하고 신발 검색까지 철저하다. 테러에 대비해서다. 검색에만 20분은 걸린다.)

 - 유대인하면 나치의 홀로코스트(대량학살)가 떠오르는데.

 “나도 불행한 가족사를 갖고 있다. 부모님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가 자행한 만행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 두 분 모두 강제수용캠프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당시 목숨을 잃은 친척도 상당수다. 운 좋게 살아난 두 분은 루마니아에서 결혼해 1962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맨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의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교육열로 자식들을 키웠다.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것도, 이스라엘이 존재하는 것도 부모 세대의 교육열 덕분이다. 한국 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도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라고 생각한다.”

글=최익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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