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사이트 ⓝ세대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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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전 인터넷 동성애사이트를 통해 만난 여고생 崔모(18) .羅모(18) 양은 요즘 커플 홈페이지를 꾸미느라 정신이 없다.

이들은 "아직은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1백일째 되는 다음달께 여러 사람들 앞에서 미래를 약속하는 언약식을 갖기로 했다" 며 당당하게 말했다.

최근 인터넷에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동성애 사이트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사회에서 금시기돼오던 동성애 문제가 가상공간에서 자유롭게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10대들은 정기모임.파티 등을 갖는 관계로 발전하면서 N세대 사이에 동성애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1981년 이후 출생자(19세 미만) 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10대 동성애 사이트는 현재 30여개. 이중 20여개가 올해 생겼다.

관련 업계에선 이들 사이트에 모두 1만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 중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로미오 키드'' 는 3개월 만에 회원 수가 1천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수도권 거주 청소년들이 만든 ''아쿠아'' 에는 2천여명이 가입돼 있다.

이들 사이트는 보통 동성 애인을 구하는 ''친구찾기'' ,가족.학교에서의 갈등을 토로하는 ''게시판'' , 모임이나 파티를 안내하는 ''공지사항'' 등으로 꾸며져 있다.

부산.경남 지역 사이트 ''달팽이'' 는 청소년 동성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과 회원들끼리의 여름바다 캠프를 준비할 정도로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朴모(17) 군은 "동성애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나와 같은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 며 "지금 6개월째 사귀고 있는 친구도 인터넷에서 만났다" 고 말했다.

이같이 인터넷을 타고 청소년 동성애 문화가 확산되자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일여성센터 배정원(裵貞媛.여) 상담부장은 "사춘기 때 동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이라며 "하지만 인터넷.영화.소설 등에서 동성애 정보를 쉽게 접하게 되면 자신을 실제 동성애자로 착각하며 성년기를 맞을 수 있다" 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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