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블레어, 여성단체에 수모당해

중앙일보

입력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6일 국내의 여성기구에 초청연사로 나섰다가 큰 수모를 당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웸블리에서 열린 여성기구 (WI)
의 연사로 초청됐으나 입장 분위기부터 썰렁했다.

참석한 여성회원들이 조롱을 퍼붓는가 하면 딴청을 부린 것. 최근 아들 레오의 탄생으로 국민들은 물론 여성들로부터도 인기가 급상승, 환대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블레어 총리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블레어 총리가 연설을 시작하려는 순간에도 참석자들은 느린 속도로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계속 쳐 연설을 막았다. 급기야 헬렌 카레이 WI회장이 나서 박수를 중지시킨 뒤 연설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연설이 시작된 후에도 조롱은 계속됐다. 참석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연설 내용이 노골적으로 지지만 호소한다며 비난했다.

한 회원은 아예 연단으로 걸어나와 시계를 보며 언제 끝낼 것인지를 묻기도 했다.

좌중이 웃음바다가 되자 블레어 총리는 예정됐던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서둘러 연설을 끝내고 연단을 내려왔다.

여성 단체 회원들이 이날 블레어 총리에게 수모를 안겨준 것은 그가 최근 지나치게 엘리트즘에 휩싸여 계층간 불화를 가중시킨다는 이유였다.

또한 사회복지 등에 대해 사회적인 해결보다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며 빈곤층과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블레어 총리는 연설을 하면서 내내 당황한 빛이 역력했으며 당초 연설문에 들어 있던 사회복지에 대한 부분을 빠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이날 행사가 끝난뒤 다른 일정 때문에 연설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그 부분을 일부러 생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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