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돈은 어떻게 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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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첫 회분에서도 얘기했지만 수많은 벤처들이 생겨나면서 정확한 사업 모델도 없이 1차적인 아이디어만으로 벤처기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우, 사업설명회에 초대받은 기자나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얘기를 들어 봐도 ''그럼 돈은 어떻게 번다는 거지?''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정확한 수익 모델은 무엇입니까?” 라고 점잖게 물어보기는 하지만 말이다.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조급해져서 빨리 시작하려고 드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사업을 하면 무조건 잘 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건지...

예를 들어 어떤 이동전화 사업자가 ''사업을 성공하려면 회원이 많아야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하자. 이를 위해 가입비를 내림으로써 다수의 회원이 확보되었다고 해서 이것이 정확한 사업 모델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회원들이 전화를 많이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각종 요금제도를 어떻게 만들지를 비롯해서 마일리지 제도는 어떻게 세울지, 매월 어떤 이벤트를 개최할 것인지, 우수 고객에게는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 단말기는 어떤 디자인으로 만들어 나갈지 등에 대해 치밀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회원 수가 많다고 해도 성공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리도 없다.

또, 제대로 된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사업 방식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시작할 때의 예상만큼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벤처기업의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향후 시장의 흐름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를 예측하지 못했거나, 새로운 고객을 끌어내는데 실패했거나, 자사의 사이트를 포탈로 만드는데 실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이 약속의 땅이기는 하지만 끝없는 준비와 모색 없이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이다.
치밀한 준비없이 성공없다시장의 흐름을 미리 예견하고 사업을 준비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마존닷컴을 들 수 있다. 아마존닷컴은 B2C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을 미리 내다보고 신규시장에 뛰어들어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여타의 사업자들보다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시장이 변화하는 것에 맞춰 온라인 서점에서 종합 쇼핑몰로 빨리 사업모델을 바꾼 점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었다. 참고로 시장선점의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시장의 판도는 B2B 시장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할 것임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광대역 통신이나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부문이 유망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예측이다.

새로운 고객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예를 든다면 국내의 한 레저 포탈사이트를 들 수 있겠다. 이 사이트는 스키장을 찾아 표를 사던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구매를 신청한 회원들의 티켓을 일괄 구매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대폭 내림으로써 스키장을 찾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던 사람들까지도 적극적인 회원으로 이끌어 냈다.

시즌 중에는 하루 매출이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유명한 이 사이트는 전국 각 스키장의 눈 상태나 주변 시설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초보자에게는 스키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고객으로 만들어 나간다. 또한, 기존의 스키 전문 사이트를 애용하는 중급자 이상에게는 고난도의 기술이나 스노우보드 등 유사 스포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사용해 고객층을 넓혀나가고 있다. 미국의 ‘메이시’ 백화점도 여성용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iVillage''에 참여, 새로운 고객을 발굴함으로써 단기적인 판매효과를 높인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을 단골로 만드는 것 보다 적극적인 전략으로는 자사 사이트를 포탈사이트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일례로 미국의 온라인 증권사인 ‘E-트레이드’의 사이트는 단순히 주가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뉴스, 회사의 보도자료, 시황 등 금융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E-트레이드’는 이를 통해 시장의 급속한 확대기에 금융 포탈사이트로써 소규모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함으로써 일약 전미 2위의 온라인 중개업체로 성장하기도 했다. 돈버는 목표에 충실하라이러한 모든 사항을 다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벤처기업이 인터넷 사업을 통해 돈을 벌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돈을 벌겠다는 목표에 충실하라고 말하고 싶다. 인터넷의 바다에 뛰어든 젊은 벤처들의 목표가 여러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아마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바로 ‘돈을 버는 것’일 텐데 문제는 돈을 벌려고 시작한 사업에서 정작 돈을 벌기 위한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내가 아는 한 벤처 사업가는 사업의 원칙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언제나 ‘돈을 버는데 모든 활동을 맞춘다.’라고 말한다. 무슨 얘기냐 하면, 그의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동종 사이트 가운데 처음으로 온라인 카드 결제를 도입했는데 그 이유가 사이트를 방문한 고객이 구매 욕구를 느꼈을 때 가장 빨리 구매를 결정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그는 신용카드 회사에서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는데 돈을 벌자면 그 방면의 전문가를 확보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골프와 관련된 포탈사이트를 준비할 때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미국 PGA 투어에서 선수로 뛴 경력이 있는 사람을 영입한 것이었다. 그를 만나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대체 앞으로 얼마를 벌 지 상상이 안 간다.’라고 얘기들을 한다.

돈을 벌겠다는 목표에 최선을 다하라. 그러면 당신의 사이트는 그 어떤 경쟁자의 그것보다 풍부하고 만족도 높은 사이트로 변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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