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조성모의 삭발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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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계의 물개'에 도전한다.'

시드니 올림픽을 100일 앞두고 머리를 박박 깎은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50)의 들 조성모(16.경기고 1)의 눈빛이 아버지보다 더 매서워졌다.

잡념을 없애고 훈련에 전념하고자 6일 베이징 전지훈련에 앞서 근처 이발관을 찾았다.

넉살 좋기로도 아버지를 빼닮은 그는 "요즘 가수 조성모만큼 인기가 많다"면서"올림픽에서 한번 해보자는 각오로 당분간 수도승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성모가 삭발과 함께 세운 올림픽 목표는 한국수영 사상 첫 8강 결승 진출.

경영대표팀도 남자접영 200m의 한규철(경희대)과 여자배영 100m의 심민지(대전체고) 둘 외에 조성모를 결승행이 가능한 선수로 판단, 베이징 훈련에 참가하는 6명의 `정예부대'에 발탁했다.

조성모는 올해 부산아시아선수권대회 자유형 1,500m에서 한국신기록(15분31초86)을 세우며 `깜짝' 우승을 차지한 것 외에 이렇다할 성적은 없지만 가능성 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예비스타'인 셈이다.

이처럼 대표팀이 조성모에게 거는 기대는 사뭇 크다.

아버지를 닮아 타고난 자질을 갖췄고 무엇보다 하고자 하는 자세, 즉 정신력이 남다른 까닭이다.

조성모는 "자유형 장거리는 레이스 싸움이기 때문에 그다지 기록이 갖는 의미가없다"고 설명하고 "앞으로 남은 100일간 훈련에만 열중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무대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아버지의 한을 풀려는 어린 아들의 모습에 한국수영의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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