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731부대’ 세균 살포 … 2만6000명 페스트균 감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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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 세균부대 ‘731부대’의 세균전 피해자를 2만6000명으로 기록한 극비문서가 일본에서 발견됐다고 도쿄(東京) 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일본의 시민단체인 ‘731부대의 실태를 밝히는 모임’은 15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토(京都)의 국립국회도서관 간사이(關西)관에 보관돼 있는 731부대 관련 자료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료는 일본 육군 군의(軍醫) 학교 방역연구실에 근무했던 군의관이 작성했던 극비보고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중일전쟁에서 세균무기를 여섯 차례 작전에 사용했고, 2차 감염자를 포함해 감염자가 2만5946명’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엔 731부대가 1940년부터 42년까지 중국의 지린(吉林)·저장(浙江)·장시(江西)성 등에서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을 살포했을 당시의 기록이 담겨 있으며, 1·2차 감염자 수와 함께 벼룩을 살포한 날짜와 양이 기재돼 있다고 한다.

 시민단체 회원인 마쓰무라 다카오(松村高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옛 일본군이 세균무기를 사용했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사실이 판명된 귀중한 자료”라 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일본 관동군에 소속됐던 731부대는 36~45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 일대에 주둔하면서 한국인과 중국인·러시아인 전쟁포로를 ‘마루타(丸太·통나무)’로 부르며 세균전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731부대의 반인륜적 생체실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도쿄=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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