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분 승마, 축구 경기 뛴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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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말타기에 좋은 계절이다. 경기도 양평 미리내 클럽에서 박성태(45·맨 오른쪽)씨 가족이 본격적 구보에 앞서 천천히 걸으면서 워밍업을 하고 있다.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아니라 천고마주(天高馬走)의 계절이다!’

 승마인은 가을을 이렇게 표현한다. 말이 살찌는 가을이 아니라 신나게 달리고픈 계절이란다. 말은 체질적으로 덥고 습기가 많은 계절을 싫어한다. ‘말은 더위에 약하고 추위에는 강하다’라고 하는데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여름 얼마나 비가 많이 오고 더웠던가. 아마도 말들도 비질비질 땀을 흘리며 헉헉댔을 게 분명하다. 높아만 가는 하늘, 찬찬히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말들도 숨겨놓았던 질주 본능을 보여주고 싶을 터다.

 가을은 말 타기 좋은 계절이다. 전국의 승마클럽에도 그 어느 계절보다 승마인이 많이 찾는다. 그런데 승마에는 장벽이 하나 있다. ‘귀족 레포츠’라는 선입견이다.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은 아직도 말을 탄다고 하면 ‘쟤는 좀 사는가 봐’라고 시샘하듯 경원시할 것이다.

 하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다. 승마는 의외로 다른 레포츠와 비교해서 비용에 큰 차이가 없다. 40~50분 말을 타는데 5만원 미만이 대부분이다. 비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서너 시간 걸려 골프 한 번 치는 비용(25만~30만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 골프 칠 때의 부대비용을 계산하면 싼 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가 되면 골프가, 2만 달러가 넘으면 승마가 대중화된단다. ‘전 국민 말 타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마사회(KRA)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한 번이라도 말을 타 본 사람은 66만2200여 명이다. 어림잡아 1년에 90만 명쯤 승마를 즐긴 것으로 추산된다. 승마장도 지난해 272개에서 올해는 9월 말까지 330개로 크게 늘어났다. 승마도 이제 ‘귀족 레저’에서 벗어나 한 발, 한 발 ‘생활 승마’로,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당장 승마장에 가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주중에는 어린이나 여성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 승마인으로 가득하다. 서울 뚝섬 승마장에서 말 타기를 배우는 사람의 60%가 여자나 아이들이라고 한다. 직장에 다니는 남자보다 시간을 내기가 더 쉬운 면도 있겠지만 여성이나 어린이가 성인 남자보다 운동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승마는 특히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레포츠다. 살아 있는 동물과 직접 교감하면서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성장기 어린이에게 승마는 신체적인 균형과 바른 자세 형성, 체력 증진과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승마가 무슨 운동이 될까 싶지만 말을 타고 45분 천천히 달리면 축구 한 경기를 뛴 것과 같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몇 개월 말을 타고서 “살이 빠졌다” “몸매가 예뻐졌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가을은, 승마의 계절이다. 말이 달리고 싶고 사람이 달리고 싶은 계절이다. 이번 가을, 한 번 말 달려보자.

 글=이석희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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