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내곡동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건립 예정 부지. 12일 현장에선 기존 건물을 허물고 터파기를 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청와대가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입주할 서울 내곡동 사저(私邸) 터의 경호 부지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가예산이 들어간 경호 부지의 경우 일부라도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사저 터는 모두 9필지로 이 대통령 소유가 될 사저용 부지는 463㎡이고, 국가 소유(대통령실)인 경호 부지는 2143㎡다. 청와대 경호처는 “원소유주가 일부만 팔 경우 남은 땅이 접근 도로가 없는 맹지(盲地)가 될 것을 우려해 팔지 않겠다고 해 통째로 산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전체 면적이, 그중에서도 특히 경호부지가 김영삼 대통령 이래 최대인 게 여론의 비판을 불렀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사저 자체는 (이 대통령의) 사비로 짓기에 문제가 될 게 없다. 다만 세금이 들어가는 경호동 문제는 대폭 축소하도록 청와대에 요청을 했다”고 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청와대에선 경호 부지 일부를 경호처 이외의 국가 시설로 활용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접근 도로 문제 때문에 경호 부지의 일부만 파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12일에도 공세를 취했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 줘야 하는데 위로는커녕 피 맺히고 멍 맺힌 가슴을 또 찔러서 안타깝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소유한 토지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이상득 의원도 내곡동의 땅(62-18~20, 36~38번지 6개 필지 1458㎡)을 보유하고 있다니 국민적 의혹은 커져만 간다”며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 사저에 대한 아방궁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부터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경호부지를 공시지가(10억9385만원)보다 네 배 이상 비싸게 샀다(42억8000만원)”는 주장도 쟁점화한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국민 세금을 도둑질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경호처는 “경호부지는 대부분 밭(1914㎡)이어서 공시지가는 (대지로 분류된 사저용 부지보다) 낮게 책정돼 있으나 실거래가는 대지와 인접해 대지의 70~80%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사저용 부지는 3.3㎡당 800만원, 경호 부지는 600만원 정도에 거래됐다는 거다.
민주당이 “사저 땅값(11억2000만원)은 부지 내에 있던 한정식집의 주택공시가격 (4억6800만원)을 합하면 공시지가보다도 싸다”고도 주장한 대목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주택공시가격에 이미 땅값과 건물값이 합산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 민주당 주장은 땅값을 이중으로 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경기도 이천에 있는 중부고속도로 남이천 나들목(IC)사업이 지난해 8월 허가가 났다”며 “남이천 나들목에서 직선거리로 2㎞ 지점에 이 대통령의 선영과 형님 일가 소유의 ‘영일울릉목장’이 있 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상득 의원은 "기존 서이천 나들목에서 선영까지는 7㎞지만 남이천 나들목을 통하면 15㎞로 더 멀다”며 "1년에 두 번 선영에 가는데 나들목을 만들었다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워싱턴=고정애 기자, 서울=강기헌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