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계속 살아 세금 못 내겠다더니 … 선박왕 권혁, 2006년에 홍콩서 딱 이틀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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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거주한다는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 세무당국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던 권혁(61·불구속기소·사진) 시도상선 회장이 실제로는 상당 기간을 국내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특히 2006년에는 자신의 주소지라고 주장한 홍콩에 단 이틀만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06년 4월 홍콩에 주소 등록을 했으나 실제로는 2004년 10월 시도상선 명의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받아 현재까지 부인 김모씨와 함께 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06~2009년 연간 135~194일을 국내에서 머물렀다. 반면 홍콩 거주일수는 2006년 고작 이틀에 그쳤고, 가장 오래 머무른 해의 거주일수도 100일에 불과했다. 최근 4년간 거주일수 합계 역시 한국이 635일로 홍콩(204일)보다 훨씬 많았고, 원래 시도상선의 본사가 있었던 일본 거주일수가 635일이었다. 권 회장 부인의 경우 같은 기간 홍콩 거주일수는 연간 최대 77일이었지만 국내 거주일수는 연간 최대 222일, 최소 154일에 달했다.

 권 회장은 또 시도상선 직원 신분으로 국내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면서 2001~2010년 국내 병원에서 203차례 진료 및 치료를 받았다. 부인과 아들, 딸도 각각 270차례, 103차례, 105차례 국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거주일수와 병원 진료기록을 살펴보면 권 회장 일가의 주된 생활 중심지는 한국이었음이 쉽게 입증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권 회장이 2004년 12월부터 서초동 유도해운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업무보고를 받았고 e-메일을 통해 국외법인 업무를 보는 등 주요 경영활동도 국내에서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전날 1672억원의 종합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권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권 회장이 윤활유와 페인트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권 회장은 시도상선이 보유 중인 선박 관리에 사용되는 윤활유와 페인트를 8개 업체로부터 구매하면서 가격을 부풀린 뒤 차액만큼을 리베이트로 돌려받는 수법으로 68억여원을 받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권 회장은 대형 조선업체 및 보험업체들과 선박 건조 및 손해보험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90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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