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술·기능 빼면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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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우리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영웅인 김연아· 이승훈·모태범 선수는 잘 기억한다. 스포츠 하나로 국민적 영웅이 되고, 각종 광고에 출연해 돈 방석에 앉는다. 하지만 그제 영국 런던의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누가 메달을 땄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이 17번째 종합 우승을 차지하고, 2007년 이후 3연패(連霸)의 위업을 달성한 사실도 관심 밖이다. 아니, 국제기능올림픽이 4년에 한 번 열리는지 2년에 한 번 열리는지도 잘 모른다.

 제조업으로 먹고 사는 한국이 이래서는 곤란하다. 2년마다 한 번씩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 사진이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리고, 박수 한 번 치고는 그것으로 끝이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는 메달리스트들에게 카 퍼레이드를 열어주고, 당시 집 한 채에 해당하는 100만원의 포상금도 줬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찬밥 신세가 됐다. 메달리스트들이 취업해도 ‘금메달’보다 ‘고졸 출신’이란 꼬리표가 붙어 푸대접받기 일쑤였다. 이러니 특성화고(高) 졸업자의 70%가 기를 쓰고 대학에 들어가려 하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국제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에 대한 포상금을 올렸고, 병역 혜택도 부여됐다. 삼성·현대중공업 등 대기업들은 기능대회 입상자들의 우선 입사 기회를 크게 확대했다. 세계 최고의 기능인력을 우리 경제의 살과 뼈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제조업의 힘은 현장에 있고, 현장의 경쟁력은 숙련된 기능인력에서 나온다는 기본 원칙에 비춰보면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무상급식·반값 등록금보다 우리가 후세대를 위해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 핵심은 기술과 기능을 전수하고 전문 기능인을 우대하는 데 있다. 그래야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우리 후세대들이 생존을 도모할 수 있고, 무조건 대학에 가는 국가적 비효율과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다시 한번 피땀 흘려 뛰어난 성적을 거둔 기능올림픽 선수단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또한 이번 3연패의 낭보가 기능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