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의장, 석유증산 시사…유가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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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로드리게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은 30일 현재와 같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회원국들이 수일내에 유가 수준에 따라 산유량을 조절하는 유가밴드제를 적용, 산유량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증산 전망에 따라 국제유가는 이날 런던과 뉴욕시장에서 하락세를 보였으나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석유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유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OPEC 의장인 알리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에너지장관은 최근 10일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28달러에 달했다면서 이같은 유가수준이 지속될 경우 OPEC 회원국들은증산을 통해 유가안정을 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 IFR페가수스의 에너지 분석가인 팀 에번스는 OPEC가 며칠안에 지난 3월 빈에서 개최된 정례회의에서 채택한 유가밴드제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밝혔다.

그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하루 50만배럴이 증산될 경우 천장부지로 치솟던 유가는 하락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OPEC는 지난 3월 빈에서 개최된 정례 각료회의에서 유가가 시장 개장일 기준으로 20일동안 배럴당 평균 28달러를 넘게 되면 하루 50만배럴을 증산하고 22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같은 물량을 감산하는 내용의 유가밴드제를 도입키로 비공식 합의했다.

OPEC 회원국들은 당시 회의에서 50만배럴의 증산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의 추후조치에 대해서는 합의보지 못했으나 최근 회원국들은 한차례 이상 증산을 실시해 유가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OPEC의 한 관계자가 밝혔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최근 유가는 10일 연속 28달러 이상을 유지했으며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유가밴드제를 적용, 유가를 안정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시장에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되며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0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달 OPEC 회원국들이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증산에 합의했으나 세계경제의 성장에 따라 석유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가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석유시장에 불확실성이 팽배해있으며 재고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지난 3월 OPEC 회원국들이 증산키로 한 물량으로는 유가를 안정시키는데 충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같은 증산을 시사하는 보도에 따라 30일 런던시장에서 기준유인 북해산브렌트유 7월 인도분이 배럴당 28.85달러로 전날보다 37센트 떨어졌다.

뉴욕에서는 26일 경질유 7월 인도분이 배럴당 30달러로 전날의 30.82달러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카라카스.뉴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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