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정보통신 합병 왜 추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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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LG정보통신간 합병 논의는 1998년부터 이따끔 거론됐다.

특히 지난해 LG전자 반도체부문을 현대전자에 넘긴 직후 상당한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올초 그룹의 싱크탱크인 LG경제연구원은 LG정보통신에 "LG전자와의 합병이 바람직하다" 고 권유했다.

당시 그룹은 ▶LG정보통신의 국내외 영업망이 취약해 상대적으로 잘 짜여진 LG전자의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고▶전자는 화상(디스플레이), 정보통신은 음성(보이스)쪽의 기술이 상대적으로 우수해 양쪽을 합칠 경우 차세대통신사업인 개인휴대통신(IMT-2000)사업에도 적극 대처할 수 있는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는 것.

LG정보통신은 국내 영업망을 이미 올초부터 LG전자에 맡겨 왔으며, LG정보통신의 단말기 제조부문 핵심 인력의 상당수가 LG전자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반도체부문이 떨어져 나간 뒤 정체상태인 가전 부문만으론 홀로서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내부에서 자주 제기돼 왔다.

LG전자는 96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컴퓨터 부문을 미국 IBM과 합작 형태로 분리한데 이어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부문도 필립스에 넘기는 등 주력사업을 잇따라 매각.분리해왔다.

그 뒤 LG전자는 TV와 냉장고.에어컨 등 백색가전 제품과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 영상기기, CD롬 드라이브.PC 등 일부 정보통신 제품에 주력해 왔다.

ATM교환기.부호분할접속방식(CDMA) 이동통신 등 통신시스템 분야에 치중해온 LG정보통신도 취약한 국내외 판매망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합병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두 회사의 합병문제는 지난해 말에도 거론됐는데 당시 주가 차가 너무 커 구체화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LG정보통신의 주가가 급락해 격차가 좁혀지면서 합병 추진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도 양사가 합병할 경우 영업과 기술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무엇보다 세계 최대의 통신시장인 중국시장 진출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CDMA 이동통신시스템을 상용화한 LG정보통신의 기술력과, LG전자의 해외 판매망이 결합하면 중국 등 정보통신 개도국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으리란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비싼 LG정보통신 주주의 반발 가능성과▶계열사간 통합이지만 합병 이후 기구 및 인력 조정문제가 만만치 않으리란 진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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