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연구소재중앙센터장 “연구용 생명 소재 표준화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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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문익점처럼 외국에서 식물 씨앗을 몰래 가져오던 시대는 완전히 지났어요. 이제는 각국이 생물체를 자원화하고 있고, 만약 다른 나라에서 그 생물체를 이용해 상품을 만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재단법인 연구소재중앙센터 이연희(53·서울여대 교수·사진) 센터장의 말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9월 서명한 나고야 의정서가 곧 발효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 원산지 국가의 권리를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인정해주자는 국제협약이다. 그에게 우리나라의 연구용 생명 소재와 발전 방향에 대해 들었다.

-나고야 의정서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10여 년 전만 해도 외국에서 우리나라 식물을 마구 채취해 가도 됐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할 수 없다. 어떤 식물에서 유용성분을 찾아 신약을 개발했다면 그 원산지 나라에 이익금 중 일정액을 줘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명 연구용 소재은행 수준은.

 “아직 개발해야 할 기술과 표준이 많다. 예를 들면 암 조직을 환자로부터 잘라내 처리하고, 보관하는 법 하나하나를 표준화해야 한다. 암 조직에 정상 세포가 많이 섞여 있으면 암 연구가 불가능하다. 또 너무 늦게 냉동하면 유전자와 단백질 분석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맡고 있는 연구소재은행들은 관리가 잘되고 있나.

 “그렇지 않다. 예산권과 평가권이 없어 통합관리기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서비스 제공 기관일 뿐이다.

-국내 생명자원 전문 인력은 충분한가.

  분류 전문가들이 태부족이다. 민물고기와 조개 분류 전문가는 아예 없다. 수요에 맞게 전문가를 하루빨리 양성할 필요가 있고, 외국 연구 인력을 수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각 부처별로 소재은행 사업을 하고 생명자원관을 경쟁적으로 짓고 있다.

 “그렇다. 환경부·국토해양부·농수산식품부 등 여러 부처가 나서고 있다. 자기 부처 해당 영역에 맞게 운영하고, 이를 총괄할 범부처 기구가 생긴다면 국가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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