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참는 중국인, 화내는 한국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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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호 30면

한국에서 6년을 살았고 지금 중국에서 2년째 살고 있는 나에게 사람들이 베이징과 서울은 뭐가 다르냐고 묻곤 한다. 한국인과 중국인들은 모두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다. 두 나라 국민 모두 교육수준이 높고 가족과 친구들을 기꺼이 돌보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문화적인 차이는 있다. 중국인들은 환경이 나빠도 화를 참으면서 평정을 유지하는 데 익숙하다. 남들과도 조화를 이루려고 한다. 반면 한국인들은 매우 열심히 일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충성심이 높고, 신뢰할 만하다.

이런 것들은 좋은 측면이다. 하지만 나 같은 외국인들끼리 얘기하면서 두 나라 국민의 약점이라고 평가하는 부분도 있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우선 중국인들은 냉정하고, 의사 소통이 어렵고, 매사에 우회적이고, 정실주의에 물들어 있고, 피상적이고, 영악하고,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인들은 너무 강압적이고, 논쟁적이고, 다혈질이고, 참을성이 부족하며, 오만하고, 경쟁과잉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이런 주장들은 물론 한국인과 중국인의 진짜 본성을 충분히 반영한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있는 건 사실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대부분의 중국인은 감정 조절을 잘한다. 그들은 화를 내는 건 체면이 손상되는 일이고, 자기 통제를 못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중국인 동료가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았어도 눈에 띄게 화를 내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 중국인들이 평화적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때때로 그들은 화를 내는 대신 그걸 우회하기 위해 마인드 게임을 하는 쪽을 선택한다. 중국인들이 누군가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때, 사실은 그게 반드시 상대방을 무시해서 그런 게 아닌 경우가 많다.

중국인들은 명랑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 농담과 가십을 자주 한다. 종종 그게 너무 심해 일에 방해가 될 정도다. 중국인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거나 게으르다고 외국인들이 불평하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중국 직장은 야망이 있거나 솔직한 사람을 포용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처음엔 야심적으로 일을 시작했다가도 곧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중국 관리자들은 ‘안 돼’라는 말을 좋아한다. 또 부하들에게 위험하거나 책임질 일을 피하고 시끄럽지 않게 지내도록 요구한다. 특히 국영기업들에는 이런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중국의 8가지 트렌드라는 책에서 존 나이스비트가 지적한 대로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최선의 방법은 뭔가를 개선하기보다는 가만히 있는 것이다. 대신 좀 더 편해지기 위해 친구를 만들고 나중에 더 나은 자리를 얻도록 네트워킹도 형성한다.

한국 문화는 어떨까. 한국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건 칭송받을 만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더 나아지려고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과 심리적 긴장관계를 불러올 수 있다. 그 결과가 높은 자살률과 공공장소에서 분노 표출로 드러난다. 서울에서 살 경우 절대로 지루한 순간이 없다. 나도 지금까지 살면서 술을 맘껏 마시는 모임을 가졌던 건 대부분 한국 친구들과였다. 한국인들은 일단 약속을 하면 어떤 경우에든 그걸 지키려고 한다. 만일 당신이 한국인과 친구가 되면 그는 끝까지 당신을 옹호해 줄 것이다. 한국의 직장 환경은 스트레스가 높지만 야망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훈련장소가 될 것이다. 나도 한국에서 6년을 살았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개인 시간만큼은 조용하게 보내고 싶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 더 살고 싶으냐고 물으면 ‘중국’이라고 말하겠다. 하지만 만일 한국친구가 술자리에 초대한다면 기꺼이 응할 생각이다.



톰 맥그리거 베이징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미국출신 언론인. 중국 라디오 인터내셔널(CRI) 에디터를 역임했다. 한국에서도 6년가량 영자지 칼럼니스트로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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