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종현 라이코스코리아 사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변호사 출신의 벤처기업사장이 된 가종현(34) 라이코스코리아 신임사장은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무의미한 시장점유율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인터넷 세상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네티즌은 물론 모든 인터넷 업체들이 파트너가 돼야 한다" 며 "인터넷 업계에서도 지금까지는 회원이나 페이지뷰 등 숫자에 집착해 왔지만 이제는 그같은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성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벤처의 거품론과 코스닥 폭락으로 상황은 좋지 않지만 이같은 환경의 변화는 오히려 벤처가 차원높은 성장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가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소감은.

▶미국의 로펌회사에서 일하다 미래산업의 기업문화나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매료돼 지난 2월 입국했다. 변호사 업무도 좋았지만 미래산업이라면 청춘을 불태워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귀한 기회를 주신 정문술 회장에게 감사한다.

개인적으로 정문술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승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장님은 노령에도 불구하고 라이코스코리아의 비전을 훌륭하게 제시해 왔다.

이제 비전제시는 내가 맡고 회장님은 미래산업의 기업문화를 라이코스에 주실 때이다.

-미래산업에 입사한 계기는.

▶로펌인 '스캐든압스'에서 근무하던 지난 1월 미국에서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한 미래산업의 실사를 맡으면서 알게 됐다. 회사의 내용을 알게 될수록 국내에 이같은 훌륭한 회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을 평가하는데 있어 매출이나 재무구조 등도 중요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경영진이나 문화, 추구하는 가치에 반했다. 미래산업과 같은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근무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행복할 것 같아 무작정 사표를 내고 회장님을 찾았다.

-인터넷을 어떻게 보는가.

▶포털서비스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선발과 후발을 따지고 있지만 결국은 최고로 유익한 정보를 네티즌에게 제공하는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다.

회원수나 페이지뷰가 절대적인 시대는 지났으며 단 하나의 페이지뷰라도 얼마나 훌륭한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시장점유율을 논하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시장점유율은 정보공급자를 수요자 위에 두고 있으니까 가능한 개념이다. 인터넷 시대에 네티즌은 고객이자 파트너이며 업체의 입장에서도 일방적으로 정보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인터넷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가 아닌가.

-라이코스의 약점은.

▶이 회사는 지금까지 철저한 '전투대형'으로 운영돼 왔다. 조직의 구조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이때까지는 감독은 있지만 주장은 없는 회사였다. 이제 주장이 왔으니 더욱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전략은.

▶네트워크 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테라가 라이코스 본사를 M&A하는 식의 대규모 인수합병은 아니더라도 콘텐츠를 보강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에 주력하면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 언제든지 우리가 원할때 곧바로 코스닥에 등록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마칠 작정이다.

국내 네티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회사인 만큼 나스닥보다는 코스닥 등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코스닥 상장은 주변환경을 따져 최적의 시기를 선택할 계획이다. 나스닥과의 동시상장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연봉은.

▶로펌에서 미래산업으로 오면서 연봉이 3분의1로 줄었다(그는 미국 로펌에서 24만불의 연봉을 받았다). 처음 오면서도 그랬지만 보수나 대우에 관한 문제는 전적으로 회사에 맡겼다. 주는 만큼만 받을 것이다. 젊음을 불태우는데 돈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정문술 회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정회장은 "회사를 처음 만들고 기초를 닦는데는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자평한다" 면서 "그러나 한차원 더 높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진수'를 모르는 나같은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1년만에 국내 최고의 업체로 키워준 직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하며 신임 사장이 회사를 더욱 젊고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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