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기업' 길거리 시위 전국 확산

미주중앙

입력

경제위기를 몰고오게한 원인으로 비난받는 기업들을 ‘탐욕스런 기업’이라고 비난하며 기업문화의 개혁을 요구하는 길거리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말내내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이어져 1000명 가까이 체포되는 대소동을 벌인데 이어 이같은 반기업 시위가 이제는 미 전역의 도시로 번져나가고 있다.

시위대들은 주로 학생들을 비롯해 노조원, 환경단체 등이 주축이 돼 이뤄지고 있으며, 이들은 경찰이 대대적인 진압에도 불구하고 아랑곳 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뉴욕에서의 시위는 이제 다른 도시에서 비슷한 요구와 구호를 가지고 이어지기 시작, 향후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만만치 않은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시위가 발생한 도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신지역인 시카고를 비롯해 자유분방한 성향의 보스턴,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기존 히피문화가 성행했던 지역, 그리고 최근 러스트(rust) 벨리, 즉 철강산업이 발전했다 최근에는 불경기를 맞아 녹슨 구조물들이 난무하는 지역 등이다.

이들은 최근들어서 ‘오큐파이 투게더’(Occupytogather.org)라는 웹사이트까지 제작, 점차 전국망으로 조직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좀더 체계적으로 시위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이들의 구호는 기업의 탐욕스런 행태를 교정하자는데 있다. 즉 월스트리트에서 돈놀이에 몰입하다 존재하지도 않는 부를 근거로 파생상품을 마구 남발, 결국 경제위기까지 몰고온 뒤에도 일부 고위간부들은 직원들이 대거 해고돼 나가는 과정에서도 거액의 연봉이나 보너스를 챙기는 등 비난받는 행태를 꼬집는다.

수천만달러대의 연봉을 챙기는 CEO는 수백명을 해고한 뒤 자신이 가지고 갈 수 있는 부 이상을 챙겨나가는 행태는 자본주의의 전근대적인 행태로 이 시대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난한다.

특히 구조조정을 받는, 그래서 납세자들의 자금이 대거 투입되는 금융기관에서 간부들이 제트기로 워싱턴을 오가는가 하면 정부 자금을 받은 뒤에도 보너스를 돌리는 등 행태에 대한 반감이 이제 서서히 길거리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시위대에 실업자들까지 가세하면서 거리는 이제 경제난에 대한 성토장으로 바뀌고 있다.

애초 이 시위는 구심점이 없이 시작했었다. 애초 시작의 단초도 미국이 아닌 캐나다쪽에서 시작됐었다.

처음에는 월스트리트를 점거해 농성하면서 기업 간부들이 오가는 길목에서 이들의 ‘개심’을 촉구하자는 것이었으나 도로점거가 경찰에 의해 차단되고 밀려이제는 빈공간이나 공원 등지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더욱 참가자들이 늘고, 이제는 점차 중심에 조직체가 구성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발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컴퓨터를 가진 이들이 거리의 통신망과 연결되면서 이제 이들은 전국 어디에서든 정보를 제공받고 소셜 네트워크로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세계 곳곳에서부터 격려와 정보를 얻고 있다.

시위가 발생하는 도시에서는 이제 도로 곁 곳곳에서 천막을 치거나 간이 테이블을 놓고 컴퓨터로 시위 정보를 주고받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지난 1일 시청까지 수백명이 거리 행진을 벌였는가 하면,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소속 은행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카고에서도 역시 연준은행앞 좁은 도로를 점거, 농성을 벌였으며, 피츠버그에서도 뉴욕과 같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 시위는 결론이나 해답은 없다. 끝이 어디까지 갈 지도 미지수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부분별한 행동을 지향하는 히피들의 행진과는 달리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에서 지금과 같은 기업행태는 고쳐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에 긍정적인 구호를 표방하고 있다.

특히 과거 히피세대였던 60대에서부터 지금 막 사회를 나서는 20대까지 모든 연령층이 함께 같은 구호를 내는 이번 시위는 미국 경제사에 어떤 흔적을 낼 지 주목된다.

최철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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