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 인사 파문' 갈수록 커져

중앙일보

입력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임원 선임을 놓고 야기된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와 MBC노조(위원장 박영춘)의 갈등이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다.

당초 MBC 노조측이 부적격자로 지목한 오미영(영인터미디어대표) 이사가 지난 22일 사퇴함에 따라 사태는 빠르게 수습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노조가 노조특보 등을 통해 또 한명의 부적격자로 거론한 이건영 감사의 경우 "노조의 사퇴압력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 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조기 해결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이씨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MBC 재직시 노조탄압에 앞장섰고 지역방송사장 시절 비리에 연루됐다는 노조의 일방적인 이야기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며 "사퇴 요구는 말도 안된다" 고 말했다.

방송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비리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사실이 밝혀진 바 없는 이상 본인의 뜻에 반해 이감사를 교체할 수는 없다" 고 밝혔다. MBC 노조는 23일 방문진 김용운 이사장을 만나 이씨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이제 방송위와 MBC 노조의 대립은 점차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미영씨의 자진 사태가 노조의 격렬한 반대 때문으로 보고 있는 방송위는 인사권자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이번 사태를 인식하면서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오씨의 경우 임원으로서의 자격 자체보다는 KBS 출신(아나운서)이라는 정서상의 문제가 MBC 조직원들에게 더 큰 반발을 산 것 같다" 며 "이는 의원들간의 정당한 논의를 통해 결정된 일에 대한 위협인 동시에 자사 이기주의의 본보기" 라고 노조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MBC 노조는 "출신과 경력보다는 MBC에 납품하는 외주제작사 대표라는 특수한 관계를 더 크게 문제 삼았을 뿐" 이라며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인사를 한 방송위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고 반박했다.
이같은 MBC 노조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이번 인사의 검증 절차는 꼭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이사 중의 한명으로 이번 사태의 와중에 자진 사퇴한 김수장 변호사의 경우는 1986년 부천 성고문사건 때 인천지검 특수부장을 지내며 축소수사를 한 이력이 뒤늦게 문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MBC노조인지 여성단체인지 출처는 분명치 않지만 인사 이후 관련자료가 방송위로 보내져 그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 고 해명했다.

MBC 노조는 김변호사의 자진 사태를 놓고 문제가 확대될 것을 우려한 방송위의 압력설을 제기했으나 방송위는 "근거없다" 고 밝혔다.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공석 중인 두명 후임 이사를 물색 중" 이라며 "노조의 압력과 상관없이 방문진의 설립 동기에 맞는 인물로 임명할 것" 임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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