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무명의 여고팀, 어려움 딛고 정상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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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쁜데 왜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조진혜의 3점 버저비터가 깨끗이 림에 꽂히는 순간, 9명의 전남 영광 법성상고소녀들은 코트 중앙에서 부둥켜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창단 4년 밖에 안된 소도시의 무명 농구팀이 농구 명문 숭의여고를 극적으로 제치고 우승을 한 것이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에 있는 전교생 500명의 작은 학교인 법성상고는 체육관이없어 연습할 장소도 마땅치 않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회장기 전국중고농구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관계자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렇게 사정이 어려운 법성상고가 그나마 연습과 대회 출전이라도 할 수 있게도와준 곳은 영광의 원자력본부.

평소 연습할 곳이 없어 떠돌아 다니는 선수들을 안타깝게 여긴 원자력본부는 퇴근시간 이후 법성여상 팀에 체육관을 개방했고 장비구입과 전국대회 참가비 등으로매년 6백여만원을 지원했다.

팀을 처녀 우승시킨 이종우 코치는 "아마도 그 분들이 없었다면 우승은 고사하고 지금 선수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모든 공을 원자력 본부 측에 돌렸다.

그러나 아무리 주위의 도움이 따뜻하더라도 어려운 이는 고달픈 것.

체육관을 빌릴 수 있는 시간이 직원들의 퇴근시간인 6시 이후 부터여서 선수들은 이 때부터 새벽 1시까지 잠도 못자고 훈련을 해야만 했다.

또 휴일에는 아예 체육관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며 12시간 이상의 강훈련을 소화하면서 전국대회 우승을 향한 집념을 불태웠다.

이 대회에서 등록선수는 12명이지만 취업준비로 3명이 빠지고 9명만 참석한데다2명은 무릎 부상으로 뛸 수가 없어 7명만 가지고 경기를 운영하는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이번 대회 스타로 떠오른 전지혜와 조진혜는 둘다 프로행을 희망하고 있지만 조진혜는 아직 팀을 결정하지 못한 반면 전지혜는 눈에 뛰는 슈터가 없는 한빛은행에서 뛰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버저비터를 터뜨린 조진혜는 "꾸중보다는 격려를 많이 하는 코치의 지도방법이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다음 대회에도 꼭 우승할 것"이라는 야무진 각오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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