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밀집 주택가 우편함 파손 증오 범죄?

미주중앙

입력

25일 오전 풀러턴의 한인밀집 주택가에서 발견된 기둥이 부러진 우편함. 우편함 파손 피해를 입은 한인 가정 3곳 중 2곳에선 우편함 기둥이 지지대와 연결되는 부분에서 부러져 있었다. [풀러턴 경찰국 제공]


풀러턴 한인밀집 주택가에서 하룻밤 새 한인 가정 3곳의 우편함이 파손되는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해자 J(45)모씨에 따르면 로스크랜 애비뉴와 서니리지길 인근에서 24일 밤부터 25일 아침 사이 세 한인 가정의 우편함이 기둥째 뽑히거나 기둥이 부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입은 주택 가운데 한 곳은 우편함을 지지하고 있는 쇠기둥이 완벽하게 뽑혀 있었으며 나머지 집의 우편함은 지지대와 연결되는 부분의 쇠기둥이 부러져 두 동강이 나는 피해를 입었다. J씨는 "나무 기둥이었다면 도구를 사용하거나 발로 차서 쉽게 부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두 집의 우편함과 기둥은 모두 쇠로 만들어져 지지대와 연결되는 부분에 강한 힘을 가하지 않으면 파손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가 한인 가정에만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며 한인 주택 사이에 끼여 있는 백인 주민의 우편함은 피해가 없었던 점은 한인을 겨냥한 증오범죄 가능성을 제기할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풀러턴 경찰국측은 증오범죄 가능성은 일단 배제하고 있으며 사회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노숙자에 의한 우발적 범행 또는 영화를 모방한 범행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J씨의 맞은편 집에 사는 라티노 이웃이 "24일 새벽 1시쯤 노숙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J씨와 이웃의 우편함 기둥을 미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백인 집의 우편함 기둥도 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목격자는 "경찰에 전화를 했는데 '급한 일이 아니니 아침에 가겠다'는 응답을 받았고 이튿날 경찰들이 와서 조사를 했다"고 전했다. 인종 여부를 비롯한 용의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경찰국 앤드루 굿리치 공보관은 "영화 TV에서 등장한 '메일박스 베이스볼(Mailbox Baseball)' 놀이를 모방한 범죄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메일박스 베이스볼은 주로 10대 청소년들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다니며 길가에 설치된 우편함을 부수는 행위를 뜻한다.

메일박스 베이스볼은 10대 청소년들의 모험심을 그린 영화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1986)'의 한 장면에 등장했고 영화 상영 이후 전국 각지에서 모방범죄 사례가 신고된 바 있다. 최근에는 범죄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 'CSI' TV 애니매이션 '심슨가족(The Simpsons)' 등에서 메일박스 베이스볼 장면이 소개된 바 있다.

굿리치 공보관에 따르면 풀러턴에선 아직까지 메일박스 베이스볼 범죄 사례가 신고된 적이 없다. 굿리치 공보관은 "목격자 증언에 따라 인근 노숙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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