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편든 홍준표의 역주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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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나라당 홍준표(사진) 대표가 감기약 수퍼 판매에 반대 입장을 내놓아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홍 대표는 26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정부가 곧 제출할 약사법 개정안은 국민 편의에만 중점을 둬 국민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홍 대표의 이런 입장은 수퍼 판매를 강력히 추진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침과도 다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감기약 수퍼판매는)국민에게 꼭 필요한 조치다. 반드시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지시했었다.

 이날 홍 대표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을 ‘안전 외면’의 사례로 꼽았다. “타이레놀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간 독성(毒性, 간을 손상하는 것) 때문에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약사의 관리 없이 수퍼에서 판매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기침약 주성분 ‘슈도에페드린’도 필로폰 성분이고, 진해거담제 르미라도 다량 복용할 때 환각효과가 있어 수퍼에서 판매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예로 든 약들은 복지부가 수퍼 판매를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다.

 홍 대표는 앞서 24일 전국여약사대회에서도 “여러분이 으스스하게 결의대회 안 해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약사법이 문제가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는 약사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부인도 참석했다.

 하지만 홍 대표 주장에 대한 비판이 만만찮다. 서울대 의대 권용진 교수는 “수퍼에서 팔 때 부작용이 있다면 약국에서 팔면 괜찮단 말이냐. 음주 여부를 확인하고 타이레놀을 파는 약국이 어디 있느냐”고 꼬집었다.

 경실련 사회정책팀 김태헌 국장은 “타이레놀은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라며 “ 대안은 내놓지 않고 모든 타이레놀에 부작용이 있는 것처럼 확대하는 것은 국민 편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 국장은 “한나라당이 약사들의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7일 국무회의에서 약사법 개정안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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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現]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195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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