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 큰 상품] 영창악기 '신시사이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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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창악기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멍에를 떨치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세계 피아노시장의 30%를 점하는 이 회사는 디지털 악기의 명품으로 꼽히는 '신시사이저' 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영창의 신시사이저는 세계적 디지털 피아노 연주자인 케니 로저스.스티비 원더 등이 애용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어 올 수출액이 3천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외환위기 이후 침체됐던 피아노 내수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영창악기의 재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일부 피아노 모델은 물량이 달려 생산라인을 풀 가동해도 재고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2백20억원)보다 1백24% 늘어난 4백95억원을 기록했다.

순익도 지난해 1분기 99억원 적자에서 25억원 흑자로 돌아서는 등 경영이 호전되고 있다.

김수길 영업 이사는 "올해 2천억원 매출(수출 1억달러 포함)에 80억원대의 순익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1956년 설립된 영창악기는 국내 대표적 악기 제조업체로 이 회사의 인천공장은 연간 12만대의 피아노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 단일공장으로는 세계최대 규모다.

특히 91년 신시사이저를 세계 처음 개발한 독일계 미국인 쿼즈와일 박사가 운영하던 쿼즈와일사를 인수해 디지털 악기의 선두업체 대열에 올랐다.

영창은 쿼즈와일을 해외 연구법인으로 탈바꿈 시켜 갖가지 악기의 소리와 음색을 재생하는 반도체 '음원(音源)칩' 을 최신 음악 조류에 맞게 개발했다.

이 음원칩은 30층 높이의 빌딩을 설계하는 것 만큼이나 복잡한 기술이 필요해 디지털 악기의 핵심장치로 꼽힌다.

이 칩이 내장된 신시사이저는 3백개의 기본음과 3백30개의 확장음을 자유자재로 합성해 연주자가 원하는 소리를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어 오케스트라 연주도 가능하다.

가격은 대당 5천달러에서 최고 2만달러 짜리도 있다.

이 때문에 영창의 신시사이저는 세계적 전자악기 메이커인 일본 야마하를 따돌리고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했고 같은 기종의 일본제품보다 20% 이상 비싸게 팔린다.

미국의 대표적 음악잡지인 믹스는 지난해 영창의 신시사이저를 최고 기술혁신상 제품으로 선정했다.

정낙원 사장은 "세계 악기시장에서 전통악기보다 전자악기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데 맞춰 전자악기 수출에 주력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문연주자들이 사용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승부처" 라고 말했다.

정사장은 "연내 워크아웃 상태를 벗어나 설비 자동화와 새로운 형태의 전자악기 개발에 나서겠다" 고 덧붙였다.

영창악기는 캐나다.중국 등지에 공장을 건설하며 외화대출을 받았다가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봉착, 지난해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한 때 6천명이 넘었던 종업원은 현재 1천5백명으로 줄었다.

인천〓고윤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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