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성공 지침서는 다시 써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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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만 해도 주식 시장에서는 인터넷 사업을 한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경쟁력이 있다고 인정 받았다. 물론 요즘과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벤처 캐피탈리스트를 비롯해 자금력 있는 엔젤 투자자, 닷컴(.com) 특수를 노리는 투자자 등에게 인터넷 기업은 최고의 관심 대상이었다.

이제는 지나간 추억일 뿐이다.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상점에 갈 필요도 없고, 전화로 주문할 필요도 없다는 가상세계의 꿈마저도 요즘 들어서는 허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사업 현실은 이처럼 ‘불길한 기운’으로 대변되고 있다.

필자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알고 싶다면, 피포드(Peapod), 씨디나우(CDNow)와 같이 미래가 불투명한 회사들에 대한 기사를 뒤져보라. 과거에는 회사명에 닷컴을 끼워 넣고, 웹에 상점을 구축하는 것이 튀는(?) 사업 모델이었을지 몰라도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투자자들은 이제 장기적이고,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 1999년 인터넷 사업 육성 및 벤처 자금 회사인 이컴퍼니즈(eCompanies)사를 창립했던 제이크 와인바움에게 인터넷 성공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적이 있다.

“인터넷 사업에서 성공을 바라는 기업이라면, 몇 가지 기억해 둬야 한다”며, 말머리를 꺼낸 그는 두 가지 성공 요소로 ‘시간’과 ‘필요성’을 꼽았다. 그는 “세계는 지난 몇 년 동안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회사를 설립하고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필요한 시간적 여유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18~24개월 정도였으나, 현재는 8~10개월 정도로 압축됐다”고 시간의 소중함을 설명한다. 와인바움은 또한 성공을 위한 주요 요소로 특정 기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서 필요성이란 일상생활의 일부를 차지할 정도로 해당 기업이 꼭 존재해야 하는지 여부를 말한다.

그는 이런 회사를 단순한 온라인 기업과 비교해 ‘인터넷 기업(Internet industrials)’이라 불렀다. 이들 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기 위해 상거래와 컨텐츠를 통합하고, 기술 플랫폼을 있는 그대로 사용한다. 와인바움은 “성공하는 인터넷 기업은 앞으로 등장할 기술을 기다리지 않는다. 곧바로 사업에 착수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기업은 단순하면서도 직감적인, 뭔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와 사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컴퍼니즈는 지금까지 18개의 닷컴사에 자금을 투자했으며, 사진공유 사이트인 이메모리즈닷컴(eMemories.com)과 사업 정보제공 사이트인 비즈니스닷컴(Business.com)을 포함한 6개의 업체를 육성했다.

이들 업체를 포함해 이파티즈닷컴(eParties.com), 이훼이보리츠닷컴(eFavorites.com), 또 앞으로 출범할 체인지닷컴(Change.com)처럼 이컴퍼니즈가 키우는 신생기업들이 와인바움이 생각하는 대로 성공을 거둘 것인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컴퍼니즈가 100만 달러 이하의 자금으로 이들 신생기업의 지분 중 60~70%를 인수한 것은 분명 훌륭한 선택이었다. 와인바움의 사업 방식이 올바른 것이라면 신생기업의 직원은 물론, 투자자와 소비자들도 모두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저 ‘불길한 기운’을 탓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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