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들 수출대행사 이미지 벗기 안간힘

중앙일보

입력

종합상사들이 인터넷이나 내수 사업에 열중하는 등 수출대행 기업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애쓰고 있다.

수출품목도 이쑤시개부터 인공위성까지 취급하던 종전 종합무역 형태에서 회사별로 특정 품목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종합상사가 아닌 전문상사화하고 있는 것이다.

매출규모보다 이익을 중시해 기업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으면서 마진이 적은 수출대행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일부 대형 종합상사는 그동안 계열사의 수출대행이 전체의 90% 안팎으로 수수료가 적어 큰 이익을 내기 어려웠다.

삼성물산은 올초 인터넷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자회사의 분리를 결정한 뒤 상사부문은 새로운 수익사업 계획을 짜느라 바쁘다.

회사 관계자는 "수출대행보다 화학.정보통신 등 수익이 높은 품목 위주로 수출하고 세계적인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발굴.육성해 해외를 상대로 마케팅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조선.플랜트 등 주로 중후장대형 산업과 관련 제품을 수출해온 현대종합상사도 사내에 미래산업본부를 설치하고 인터넷 방송 진출을 비롯한 인터넷 사업과 벤처투자에 나서고 있다.

SK상사는 지난해 말 기존 통신판매.패션 등 사업본부를 묶어 내수쪽 진용을 확대 개편했다.

인터넷 쇼핑몰 확충과 함께 유통과 에너지 판매 계열사를 곧 합병하는 등 내수사업을 확대해 올해 매출액의 60%를 내수 분야에서 이뤄내기로 했다.

코오롱상사는 스포츠.패션과 인터넷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연간 1조~1조2천억원대였던 수출대행액을 올해 6천억원대로 줄이는 대신 패션.인터넷 사업에 전력하기로 했다.

㈜쌍용도 지난달 PC 제작사업에 뛰어들었고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염전을 개발해 소금을 생산한 뒤 국내 공장에 납품하고, 선철 등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는 등 내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출쪽에 인력의 90% 가까이 몰려있던 조직을 개편해 올초 인력의 절반을 내수 분야에 배치했다.

그동안 비교적 변화가 적었던 LG상사도 지난 1일자로 e-비즈니스팀에 임원급을 배치, 인터넷 등 신규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현대종합상사 정종훈 기획실장은 "종합상사도 이익 창출을 위해서는 내수나 수입판매.해외자원 개발 등 자체 사업을 벌여야 한다" 며 "수익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없으면 주가관리도 안되고 존립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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