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코 토모코 〈해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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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앞문 바로 옆에 붙은 창에 "맹인견을 환영합니다"란 작은 스티커를 볼 수 있다. 그걸 보면서, 저건 맹인견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사람들에게 보라고 붙여놓은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직 맹인견을 실제로 본적이 없다. 영국에 약4,000마리, 미국에 약 10,000마리, 이웃나라 일본에도 약 700마리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는 아직 맹인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것 같진 않다.

이 해피는 맹인견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 맹인견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맹인견과 그 주인의 이야기다. 그 만화를 보다 보면 장애인에 대한 시선도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카오리는 3년 전 22살 때 스키사고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여자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20년 넘게 친근하게 주위에 있던 것들이 이제는 공포의 대상이다. 20년 넘게 너무나 쉬웠던 일들이 그녀에겐 너무나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그녀의 그런 모습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동정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사고 후, 지팡이에 의지해서 거리를 활보하던 그녀가 맹인견을 갖기 위해 신청을 하게된다.

먼저 맹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맹인견이 될 강아지는 우선 패피 워커에게 맡겨진다. 이것은 강아지 때부터 맹인견으로서의 실질적인 훈련을 개시할 때까지의 1년간, 보통 가정에서 키워지는 것을 말한다. 이 시기에 강아지는 사람과 사귀는 법을 배우게 된다.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면 주인을 조용히 기다리는 법(맹인견을 짖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실수로 누군가 꼬리를 밟는 일이 있더라도 짖지 않는다. 이것은 같이 다니는 주인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교육이다.)도로를 걷고 전철을 타는 등의 방법을 배우게 된다.

맹인견의 마지막 훈련은 불복종 훈련으로 주인이 가라고 해도 주인이 위험할 경우 가지 않을 수 있는 훈련이다. (이를테면, 횡단보도에서 빨간 불이거나 할 때) 이 단계가 지나면 주인이 될 사람과 공동훈련을 받게 되는데 보통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빨리 걷지 않기 때문에(지팡이에 의지하다 보면, 걸음을 세며 천천히 걷게 된다) 처음에는 맹인견의 빠른 걸음에 당황하게 된다(보통 사람의 걸음걸이 정도지만)

이 단계를 무사히 마쳐야 맹인견이 되는데, 이렇게 되는 개는 의외로 적은 수라고 한다. 훈련 과정 중 어느 것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맹인견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보다보면, 맹인과 맹인견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겠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장애인으로 우리 나라에서 살아가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더 따뜻한 눈길을 줘야 할텐데, 그들을 바라보는 눈길은 차갑기 그지없다.

자신과 다르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다르기 때문에 손을 뻗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만화를 보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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