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칸첸중가] 정상등정 D-데이는 18일 전후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일 칸첸중가 등정의 관건이 되는 캠프Ⅲ∼Ⅳ구간에 대해 인도원정대가 루트를 개척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칸첸중가 베이스 캠프는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인도팀은 이틀에 걸쳐 캠프Ⅲ∼Ⅳ구간에 대해 9백50m의 고정로프를 설치하고 해발 7천6백m에 캠프Ⅳ를 설치했다.이들은 10일 베이스캠프에 내려와 3∼4일 휴식을 취한 후 정상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캠프Ⅰ·Ⅱ에 올라가 있던 스위스나 영국팀 대원들도 모두 베이스 캠프로 하산해 정상등정일을 택일하기 물밑으로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한편 9일에는 알랭 행스(히말라야 8천m 고봉 11개 등정)가 우리 베이스캠프에 올라왔다.우리 대원이 행스에게 “너희는 정상을 등정하는데 고정 로프·스노바·아이스스크류 등이 필요하지 않냐”고 묻자 그는 “캠프1에 갖다놨다”고 대답해 “그러면 고정로프를 몇m나 갖고 왔냐”고 재차 묻자 대답을 얼버무리면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모든 대원들이 “아무리 히말라야 8천m 고봉을 11개나 오르면 무엇하냐”면서 “귀국하면 저런 친구들은 국제산악연맹에 항의서한을 보내서 세계적인 망신을 주어야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국 칸첸중가원정대도 인도팀과 합동으로 마지막 정상공격에 나설 계획인데 D-데이는 음력 보름인 오는 18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칸첸중가 날씨는 8일이후부터 날씨가 차츰 좋아질 것이라는 영국의 BBC방송이 발표한 주간예보처럼 8일이후 구름과 안개는 많이 끼지만 눈은 거의 내리지 않고 있어 각국 원정팀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또한 기온이 오르면서 안개가 짙게 끼는 것이 요즈음 날씨의 특징이다.

한편 카투만두에서 보내온 소식에 의하면 다울라기리와 마칼루에서 안전사고가 발생,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자가 생겨 헬리콥터가 환자를 후송하러 들어갔다고 한다.이번 시즌 마칼루에는 산악인 박영석씨가 이끄는 동국대학교 원정대가 들어가 있는데 한국원정대에서 사고가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어 칸첸중가 원정대원들의 궁금증을 더해 주고 있다.

1986년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8천m 고봉 14좌를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는 낭가파르밧 원정기인 ‘검은 고독 흰 고독’에서 일반인들의 고소등반에 대한 몰이해에 대해 “사람들은 대체로 직접 체험해 보는데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다든가 즉시 소용된다는 식으로 실제적인 일이어야 한다.

현실적인 이득이 없는 순수한 사고,순수한 노력,순수한 지식욕,이런 것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소등반이란 것이 무엇보다도 자기 체험의 가혹한 세계라는 것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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