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는 시끄러운 곳이다. 주택가 옆에 공군비행장이 있어 하루 종일 전투기가 뜨고 내려서다. 주민들은 2005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음피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6년여 만인 올 1~2월에 승소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다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자신들의 소송을 맡았던 변호사가 상대방이다. 사건을 맡았던 최종민(45 ) 변호사가 전체 손해배상액 799억6000만원 중 지연이자 288억2000만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손해배상금(511억4000만원)의 15%인 76억7000만원도 성공보수로 받았다. 최 변호사가 받은 돈은 전체의 45.6%인 364억9000만원에 이른다. 전투기 소음소송 한 건으로 받은 금액이다.
주민들은 최 변호사에게 성공보수를 제외한 지연이자를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지연이자도 변호사의 몫으로 한다는 계약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음 소송은 2005년 시작됐다. 주민 8만여 명은 최 변호사를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해 그해 1월부터 5월까지 아홉 차례로 나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지난 5∼7월 소음도가 85웨클(WECPNL·항공기의 소음측정 단위)을 넘는 곳의 주민 2만6782명에게 모두 799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최 변호사가 성공보수 외에 지연이자까지 자신의 몫이라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주민 김선희(50·여)씨는 “변호사의 성공보수에 지연이자가 포함된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최 변호사가 대법원에서 승소할 게 확실해지자 올 1월 주민들에게 안내문을 보내면서 지연이자를 거론했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2004년 8월 주민 대표 87명과 성공보수를 판결원금의 20%로 하는 수임계약을 체결하고 10월 이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10월 계약 때는 주민대표 4~5명과 성공보수를 15%로 낮추는 대신 지연이자를 변호사 몫으로 한다고 합의했다는 게 최 변호사의 설명이다.
지연이자 반환운동을 하는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처음 계약한 87명의 주민 대표성이 의심스럽고, 이후에는 이들 중 4∼5명만 서명해 대표성이 없다”고 말했다. 공방이 이어지자 동구주민자치연합회와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지난 8일 최 변호사의 위법여부를 가려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구지검에 제출했다. 최 변호사는 “착수금도 받지 않고 어렵게 소송을 해 승소했다”며 “소송 기간이 길어 지연이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이 원하면 지연이자 중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
대구=홍권삼 기자
◆지연이자(遲延利子)=돈을 갚지 않을 경우 지급해야 하는 이자. 손해배상 성격의 법정이자로 이율은 연 5%다. 그러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무분별한 항소·상고를 막기 위해 연 20%의 높은 지연이자를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