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효과 … 살아남은 저축은행주 반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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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살아남은 자의 축복인가. 19일 하락장에서 저축은행의 주가는 올랐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7개 부실 저축은행을 영업정지한 데 따른 반사효과다.

 상장사로선 유일하게 영업정지 대상이 된 제일저축은행을 제외하고 증시에 상장된 저축은행은 모두 6곳. 서울·솔로몬·진흥·한국저축은행 등 4곳은 코스피 시장에, 신민·푸른저축은행 등 2곳은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거래된다. 6개 저축은행의 주가는 이날 평균 2.64% 올랐다. 이 정도면 선방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04%, 코스닥지수는 1.07% 내렸다.

 특히 서울저축은행은 전날보다 300원 오른 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5%나 뛰어오른 것이다. 한국저축은행은 1.27% 상승했다. 추석 연휴 전에 대규모 증자계획 등 자구책을 발 빠르게 마련한 것이 주효했다. 반면 푸른저축은행은 0.43% 떨어졌다.

 저축은행 주식이 이날 반사이익을 얻은 건 금융당국이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의 위험을 제거해줬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전날 저축은행 영업정지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올해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는 다 종결됐다. 돌발상황이 없다면 적어도 올해는 추가로 영업정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위가 올해 더 이상 영업정지를 하지 않겠다고 얘기한 게 저축은행 주식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그동안 시장에서 저축은행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있었는데 (이게 제거되면서) 투자심리에는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저축은행 지원책도 청신호였다. 금융위는 구조조정 명단과 함께 지원책을 발표했다. 살아남은 저축은행엔 일종의 영양제를 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정지에서 제외된 저축은행 중 자본확충 의지가 있는 곳은 금융안정기금을 통해 자본이 충분히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저축은행 투자자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퇴출 명단에서 빠진 곳은 자구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당국이 유예기간을 준 것”이라며 “다시 말해 정상화하지 못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 효과는 영원한 호재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중립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도 은행주는 큰 탄력을 받지 못했다. 기업은행(-6.69%) 등이 미끄럼을 타면서 3.99% 내린 채 장을 마쳤다. 김수현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나 정부의 신용카드 규제 등 구조조정보다 더 큰 이슈가 주가 상승을 억눌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우리금융(1.22%)·KB금융(1.69%)·신한지주(1.86%) 등 대형 금융지주사는 이날 대부분 상한가를 기록했다. 홍헌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번에 영업정지된 곳까지 모두 합치면 저축은행 문제를 키웠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의 43%가 정리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며 “(저축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의 부실화가) 은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일정 부분 제거된 셈”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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