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공룡의 심장은 인간을 닮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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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자들의 작업 가운데는 표본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에 속한다. 정말 어려운 일은 화석화한 뼈를 연구하기 위해 표본에 달라붙은 돌과 흙을 조심스럽게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고생물학자 마이클 해머는 1993년 미국 사우스 다코타州에서 내과 전문의 등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여러 전문가와 함께 몸집이 작은 공룡 테스켈로사우루스의 화석을 발견하면서 예전 같았으면 깨뜨려버렸을 법한 돌 같은 것을 한번 연구해보기로 작정했다.

공룡 흉곽(胸廓)
안에 있던 불그스레한 돌덩어리를 컴퓨터 단층 촬영(CT)
으로 조사해보기 위해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이다. 사이언스誌 최근호에 발표된 CT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돌덩어리로 보이던 것이 바로 공룡의 심장 일부분이었다.

부드러운 조직은 화석화 과정에서 대부분 형체도 없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공룡의 심장이 부분적으로나마 보존돼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3차원 CT 영상으로 판단해볼 때 몸무게 약 2백93kg에 달하는 초식 공룡 테스켈로사우루스의 심장은 파충류인 악어보다 인간의 심장과 더 유사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 파충류는 동작이 굼뜨다.

이들의 심장은 1심방 2심실로 이뤄져 있어 피가 폐에서 에너지 공급원인 산소를 흡수하기도 전에 신체 각 부위로 역류한다. 조류와 포유류는 파충류보다 효율적인 2심방 2심실 구조를 갖추고 있다. 테스켈로사우루스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풍부한 산소가 함유된 피를 근육조직으로 전달하고 에너지도 공급,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온혈동물인 조류나 포유류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굳이 햇볕까지 쬐어야 할 필요가 없다)
.

이번 발견은 공룡이 기존 학설과 달리 활력과 지구력을 갖춘 동물이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고생물학자들로서는 표본에서 제거해 내다버린 돌덩이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뉴스위크=Thomas Hayde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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