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철을 맞은 농촌이 일손 부족과 과일.채소값 폭락이라는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일손이 공공근로사업으로 몰리는 바람에 농촌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는 데다, 과일.채소값도 바닥을 모른 채 떨어져 농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 일손 부족〓농사철에 실시되는 공공근로사업에 농촌 일손을 뺏기고 있다.
농가에서는 품삯까지 올렸지만, 고된 농사일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공공근로에 인력이 몰리고 있다.
채소류 시설 재배단지가 많은 충남 서산의 경우 지난해 이맘 때 하루 3만~3만5천원이던 남자 하루 품삯이 3만5천~4만5천원으로 올랐지만 일손을 구하지 못해 제때 파종을 못하고 있다.
시설 하우스가 밀집해 있는 전남 담양.광양에서도 하루 품삯을 4만원까지 올렸지만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각 지자체는 공공근로 인력을 농촌 일손돕기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공공근로에 관한 규정 때문에 여의치 않다.
전남도 관계자는 "공공근로사업은 국토공원화 사업.호적 전산화.농로 개설.하천제방 보수 등 공적 업무에 한정돼 농촌일손돕기같은 사적인 인력지원은 하지 못하고 있다" 고 밝혔다.
전남 화순군 농민회 백남수(白南洙.39)사무국장은 "농번기만이라도 농촌지역에서 공공근로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고 말했다.
◇ 과일.채소값 폭락〓전남 담양군에 따르면 최근 방울토마토 출하 가격이 상품 5㎏당 6천원으로 지난해 이맘 때 1만3천원의 절반도 안된다.
생산비(6천5백원)에도 못미치고 있다.
경북 지역 토마토의 경우도 지난 8일 도매가 기준 15㎏ 한상자에 1만1천원이어서 지난해 이맘 때의 2만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딸기는 2㎏ 한상자에 3천9백1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0% 가까이 내렸다.
또 참외.사과.오이 등도 지난해에 비해 각각 30% 정도 떨어졌다.
9일 오전 울산 공판장에는 신고배 3백50여상자가 출하됐으나 배값이 너무 떨어지는 바람에 2백여상자만 팔린 채 나머지는 아예 경매를 포기했다.
경북도 최웅(崔雄)유통특작과장은 "IMF 여파로 지난해 농업용 유류값이 오르면서 저온성 작목인 토마토.딸기 재배면적이 올들어 크게 늘어난 데다 지난해 과잉생산된 밀감과 사과.감 등이 함께 유통되면서 과일.채소값이 크게 떨어졌다" 고 분석했다.
오렌지.바나나.파인애플 등 수입산 과일의 유통 급증도 가격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해석.송의호.김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