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없다면 쉬는 것도 투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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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는 지속적인 상승장보다는 적절한 하락국면이 많이 있는 장일수록 더 많은 수익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식시장 주변에는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증권회사나 투신사, 자산운용회사, 투자자문사 등에서 일하며 소위 기관이나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주식시장의 활황여부에 생존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주식시장이 몇달 동안 하락추세에 있을 때도 시장을 떠날 수 없다. 작은 반등국면에서도 일정 부분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또 큰 돈을 움직이는 주체들(기관)은 주식시장이 상승추세나 조정국면에 들어가는 시점을 남보다 잘 파악했다 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자금을 한꺼번에 주식으로 바꾸거나 보유주식을 한 번에 팔아 치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그만큼 매매 행동이 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주식시장의 현재보다는 미래를 잘 예측하려 노력한다(여기서 미래란 대세와는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 기관들과는 다르다. 일반인들은 대부분 생계 수단이 아닌 재테크의 개념으로 주식에 투자한다. 때문에 언제든지 주식투자를 쉬거나 중단할 수 있으며 상당기간 주식시장을 떠날 수도 있다. 또 상승추세에 들어선 것을 확인한 다음에 매수하거나 하락추세로 접어든 것을 느낀 다음 추격 매도하는 것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지속적인 상승장보다는 적절한 하락국면이 잦은 장이 많아야 더 높은 수익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게 바로 일반투자자들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주식시장의 주변 환경은 일반투자자들이 이런 자유 속에 있게 내버려 두질 않는다. 신문이나 방송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라는 허울 속에 끊임없이 대책없는 기대심리를 조성하고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자꾸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같은 증시전망을 누가 만들어 내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언론의 증시전망은 백이면 백, 주식시장에 목숨을 걸고 있는 전업투자자, 소위 전문가들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횡보국면, 박스권 장세,저가 분할 매수, 저가매수, 고가매도 같은 말은 좋지만 실제 매매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투자전략들을 제시하며 일반인들을 주식시장에 붙들어 두려고 한다. 여기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큰 잔치가 끝나버린 상황 아닌가. 일반투자자만이 갖는 이점을 살려 주식투자에서 성공하자. 그리고 다음의 ‘중요한 사항’들을 꼭 명심하자.

첫째, 주식투자를 위해 하루에 몇시간을 할애할 수 있느냐를 생각하자. 전업 투자자들만큼 시간을 낼 수 없다면 분명히 이들과는 다른 목표수익률을 정해야 한다. 따라서 잦은 매매보다는 확실한 수익이 보이는 시점에서만 매매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확실한 수익이 보이는 시점의 매매전략이란 뭔가.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전문가들조차 지쳐버린 하락국면에서 매수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가 반등국면이 눈으로 확인된 순간, 그것도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특정의 몇몇 주식에 들어가는 방법이다. 또 반등이 예상과 달리 힘이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는 즉시 현금화해 버리는 냉정한 전략이다.

둘째, 자신의 주식매매 실력이 어느 단계에 있느냐는 점이다.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 독수리처럼 포착할 수 있다면 하루하루의 시황뿐 아니라 개별종목의 움직임도 세밀히 파악해 시장의 작은 파도 하나하나를 수익창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뚜렷한 주도 종목이나 매수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면 일단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장의 조정이 마무리될 즈음 확실한 대장주가 나타나고 대장주가 가지고 있는 꿈과 희망이 다른 주변 종목들에까지 퍼져 나갈 것으로 확신이 설 때 비로소 매수에 임하더라도 결코 늦지 않다. 경험적으로 최악의 대세 하락국면에서도 이런 형태의 장세는 1년에 1~2번씩 반드시 찾아온다. 만약 찾아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식매매를 아예 하지 않으면 된다. 주식매매를 하지 않는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식투자란 결국 매매차익으로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오랫동안 주식을 붙들고 마음고생을 하기 위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일반투자자라면 지금부터 더더욱 냉정해져야만 한다. 그래야 다시 찾아오는 상승국면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동구 (주)매크로머니 금융공학연구실장 문의 bravhart@macromoney.com. / 이코노미스트 제 5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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