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마이크로소프트 악몽의 나날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로소프트의 악재는 지난주에도 계속 이어졌다. 월요일(4월 24일)
연방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에 회사 분할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앞서의 입장을 번복하고 이 회사를 2개로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같은 날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익 실적에 실망한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그동안 낙관을 유지하던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목요일 하버드·예일大 교수 등 일단의 학계 인사들은 정부의 분할안이 너무 미온적이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더 세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금요일 정부측의 조엘 클라인 법무부 차관보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어떻게 분할할 것인지를 설명한 17쪽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금요일 오후 한 마이크로소프트 중역이 핼쑥한 얼굴로 “이젠 지쳤다”고 선언할 만도 했다.

연방정부의 분할안이 마이크로소프트측에는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었던 게 분명했다. 美 법무부의 분할안 제출에 맞서 마이크로소프트측은 워싱턴州 레드먼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강경한 어조의 성명을 발표했다.

게이츠 사단은 그런 계획이 소비자들에게 가져다줄 엄청난 피해를 거듭 경고했다. 그리고 정부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가가 지금까지 하락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져 소비자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일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안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도와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고 평했다. 언제나 낙천적인 성격의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도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수년 간의 조사, 78일간의 법정 공방, 돌파구를 찾지 못한 4개월간의 화해협상 끝에 제출된 마이크로소프트 분할안으로 미국의 손꼽히는 성공기업의 분할을 위한 무대가 마련된 듯이 보인다. 미국에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법원 명령으로 회사 분할이 이뤄질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가 정부측의 대승을 선언한 후 법무부가 분할안을 들고나온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반독점법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2개 회사로 분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법원이 정부의 분할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분할은 회사나 소비자 또는 양측 모두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大 로스쿨의 엘리너 폭스 교수는 “판사는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는 조치에는 신중해야 한다. 그것은 판사들의 일도 아니고 그들의 전문분야도 아니다”고 말했다. 항소 법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위법에 대한 잭슨의 판결이 과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연방정부의 승리가 축소되면 위법사실에 비해 회사 분할이 과도한 처벌로 보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도 인수·합병을 통해 독점체제를 구축하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를 분할한 전례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하워드大의 앤드루 개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활동을 규제하고 훗날 그 규제를 어겼을 경우 회사를 분할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클라인 차관보는 사람들이 정부안을 면밀히 검토한 후 “그것이 왜 미국 경제와 소비자들을 위해 최선의 방안인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계획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는 ‘운영체제 회사’(Ops Co.)
로 넘어간다. 오피스 등의 응용 프로그램 같은 다른 제품은 ‘응용 프로그램 회사’(Apps Co.)
에 속하게 된다.

정부측 주장에 따르면 Apps Co는 독립적인 회사로 리눅스 같은 경쟁 운영체제용 소프트웨어를 개발, 그와 같은 라이벌 운영체제들을 윈도의 강력한 대안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동시에 Ops Co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 제한을 위해 사용했던 수단 일부를 박탈당하게 된다.

정부안이 설득력을 얻는다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은 몇 년 후에야 이뤄질 것이다. 한편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사 협박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규제를 제안했다. 그 규제는 분할 후 3년간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주요 내용은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선호하는 컴퓨터 메이커에 보복할 수 없고, 컴퓨터 메이커들은 윈도를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등이다. 법무부는 또 마이크로소프트에 자사 분할의 세부안을 수립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분할을 추진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연방정부와 17개 州 당국은 그것이 시장간섭을 최소화하면서 독점체제를 타파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연방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동을 일일이 감독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활동을 제한하는 특별 규제를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낼 것이라고 의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5월 10일까지 자체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한 주 뒤에 대안을 제출한다. 그리고 5월 24일 양측은 개선안 청문회에서 마주 앉게 된다. 올 여름 잭슨 판사의 판결이 내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상고를 통해 시간을 벌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여론법정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펼쳐질 것이다. 미국인의 3분의 2가 정부의 규제안에 반대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여론을 등에 업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4월 30일 마이크로소프트는 발머를 모델로 내세워 마이크로소프트와 첨단기술이 미국 경제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를 설명하는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법무부와 州 검찰측은 자신들의 계획이 “얼마나 신중하고 중립적인 방안”인지 반박할 것이다. 그리고 양측의 치열한 홍보전도 잇따를 전망이다. [뉴스위크=Jared Sandberg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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