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이현우 그들이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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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에 바탕한 실력파 남성 발라드 가수 두명이 나란히 음반을 냈다.

1980년대 최고가객으로 인정받는 임재범과 '헤어진 다음날' 의 이현우가 그들.

메탈보컬 출신인 임재범은 마치 흑인이 부르는 듯 솔적 감성이 풍부하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은 팝가수들은 주저하지않고 그를 한국의 마이클 볼튼이라 부른다.

아름다우면서도 거친 그의 목소리는 '남자 노래' 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98년 돌연 우주공간을 소재로 난해한 프로그레시브록 음반을 내 주위를 놀라게한뒤 은둔에 들어갔다가 2년만에 새음반 '스토리 오브 투 이어스' 를 발표한 것이다. 12일 출시.

'2년간의 이야기' 란 제목처럼 임재범은 한층 성숙한 목소리로 좀더 대중적인 팝을 들려준다.

수록곡마다 트레이드마크였던 폭발적 창법을 접고 정돈된 발라드로 선회했다.

장기인 풍성한 중저음 처리가 더욱 깊어졌고 일상의 느낌을 진솔하게 전하는 가사가 대중적인 흡인력을 발산한다. 노래를 깔끔하게 감싸주는 편곡도 수준급이다.

기타리스트 샘리와 이근형 등이 능숙한 연주로 음반 전반에 우아함과 안정감을 선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오랜만에 '사람 내음' 나는 팝음반을 듣게 됐다는 느낌을 준다.

10곡중 8곡을 임재범 본인이 직접 만들어 개성을 살리는 한편 92년 임재범의 최고 히트곡이었던 '이밤이 지나면' 작곡자 신재홍의 노래 2곡을 넣어 대중성도 첨가했다.

타이틀곡 '너를 위해' 는 고급스런 선율과 감각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노래로 곧 개봉될 영화 '감동' 의 배경음악으로도 채택돼있다.

록과 솔이 섞여든 '거인의 잠' , 몽환적인 보컬이 임재범다운 '더 늦기 전에' 도 들을 만하다.

흑인그룹 코모도어스의 78년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스리 타임스 어 레이디' 는 흑인음악에 대한 임재범의 관심을 보여준다.

이현우 역시 솔에 영향받은 가운데 자기만의 개성을 담은 음악으로 음반을 낼 때마다 기대를 모으는 가수.

뉴욕 유학 시절 마빈 게이등 흑인 가수들의 솔에 영향받은 그는 '가슴으로 노래하는' 솔의 느낌을 살리는데 주력한다.

은은하면서도 두꺼운 그의 창법은 달콤함과는 거리가 먼 둔탁한 느낌이 특징이다.

미성을 선호하는 가요계에서 그는 확실히 이질적인 존재지만 묘한 호소력이 있다.

뉴욕 스타일의 팝음악을 선보였던 5집 '오브리' 이후 1년8개월만에 나온 이번 음반에서 그는 더욱 다양해진 목소리와 장르를 선보인다.

음반 전체적으로 힙합.록.로파이 등 여러 장르가 포괄돼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타이틀곡 '요즘 너는' 은 선율은 가요풍, 전개 방식은 팝 스타일의 독특한 곡으로 이현우의 음악 방향을 보여준다.

절정부가 전개부 만큼이나 긴 이 노래는 한번에 들어오는 노래는 아니지만 편안한 느낌에 반복해 듣다 보면 절로 기억되는 매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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