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판을 엎겠다’ 강우현이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한국도자재단 강우현 이사장이 붓을 대고 있는 것은 올해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수상자에게 주는 상패다. 강 이사장이 도자기 작품에 손수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 넣은 다음 가마에 넣고 구워야 도자비엔날레 상패가 된다.

내 이름은 강우현이다. 올해 나이 쉰일곱. 내일모레면 환갑을 앞둔 나이지만 나는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상은 나를 남이섬 사장으로만 알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빈 술병 나뒹굴던 퇴락한 행락지였던 남이섬은 내가 대표이사를 맡은 지 10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 관광지가 됐다.

 하나 나는 남이섬 말고도 바쁜 것투성이다. 이태 전 나는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이 됐다. 도예는 내가 오래전부터 관심을 뒀던 장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강우현이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을 맡았고 2년 임기가 끝나자 덜컥 연임을 발표했으니 세상은 영 의아했을 터이다.

 그러나 나는 도예를 사랑하는 예술인으로서, 현재 우리 도예판을 싹 뜯어고쳐야 한다고 확신했다. 지방정부가 주는 지원금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지금의 형편으로는 민족 고유의 도예예술을 지켜내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나는 도예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갖기를 간절히 바랐다.

 지난 2년은 소위 체질 개선의 시간이었다. 나는 도예판에 오자마자 단체 이름을 ‘경기도자진흥재단’에서 ‘한국도자재단’으로 바꿨다. 사무실로 쓰이던 건물은 미술관형 수장고로 개조했고, 직원들을 이천시도자판매관 2층에 더부살이 시켰다. 퍼주기 식이었던 도예인 지원사업은 없애고 대신 창고에 쌓인 재고를 사서 재활용했다. 재활용이야말로 내 특기 아닌가.

 도예판에서 일한 지 2년째. 내 노력이 24일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하여 ‘201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다. 도자비엔날레라고 하면 으레 도예인의 축제를 떠올린다. 그러나 나는 도자비엔날레가 전국 도예인 3000명만의 잔치여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행사가 끝나도 온 국민이 도자와 함께 1년 내내 놀기를 희망한다.

 올 비엔날레는 뻔하지 않다. 뻔하면 강우현이 한 게 아니다. 우선 나는 경기도에서 내려오는 비엔날레 예산을 3분의 1 수준으로 깎았다. 5회 행사 예산은 87억원이었지만 올해는 27억원만 쓴다. VIP 모셔다 놓고 연예인 불러다 쇼나 보여 주는 개막식도 돈 아까워 안 한다. 지난번 행사 때 공식 입장객 수가 300만 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느 지방축제처럼 이 숫자도 한참 부풀려졌다는 걸 나는 훤히 알고 있다. 지난달 나는 경기도지사 앞에서 이른바 ‘3무(無)’를 선언했다. 예매 청탁, 공무원 파견, 관객 동원, 이 세 가지 관례를 나는 거부한다. ‘201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행사장에 깐 도자 파편 하나까지 신경 쓰며 준비한 행사다. 그러나 나는 ‘제발 좀 구경 오시라’ 애걸복걸할 생각이 없다. 자신하는데, 안 오면 당신이 손해다. 남이섬에서도 같은 마음이었다. 자, 어떠신가. 궁금하지 않으신가. 강우현이 도자로 일군 상상나라가 말이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알씨컨텐츠 대표이사
[現] 남이섬 대표이사
[現] 도자진흥재단 이사장

1953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