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버그' 국내에도 상륙…큰 피해 우려돼

중앙일보

입력

4일 e-메일을 통해 유럽, 미국 등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종 컴퓨터바이러스 `러브'가 5일 국내에도 상륙, 큰 피해가 우려되고있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는 4일 저녁 러브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신고가 10여건이 접수된데 이어 5일 오전에도 10여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이날이 어린이날이어서 휴무인 관계로 전화 감염신고 접수하지 않고 e-메일로만 접수했기 때문에 실제로 감염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연구소는 이 바이러스가 감염된 PC의 e-메일프로그램인 아웃룩 또는 아웃룩익스프레스에 입력된 e-메일주소를 이용, 다른 PC로 전파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 수록 감염PC가 늘어나 이로인한 피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e-메일외에도 인터넷채팅을 통해 채팅상대방에게 전파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PC의 영상.음악.그래픽 파일인 vbs파일을 다른 파일로 겹쳐버리기 때문에 해당 파일을 쓸수 없게 하는 증상을 갖고 있으며 감염된 vbs파일은 복구가 불가능하다.

안철수연구소관계자는 "vbs를 쓰는 사람이 많지 않고 중요한 파일이 아니기 때문에 러브바이러스 자체가 갖는 증상은 심각한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막대한 e-메일을 발송시켜 메일서버를 다운시키고 결과적으로 기업 등의 전체 전산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바이러스는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국가들과 같은 시간대에 우리나라에 상륙할 정도로 전파속도가 빠르다"면서 "아이러브유(I LOVE YOU)라는 제목의 가진 e-메일을 받으면 첨부된 `LOVE-LETTER-FOR-YOU.TXT.vbs'파일을 절대로 실행시키지 말고 곧바로 삭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는 이미 자체개발해 놓은 치료엔진을 백신프로그램 V3에 탑재, 5일오후 자사의 홈페이지(www.ahnlab.com)에 긴급 공개했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 4일 영국과 덴마크 의회, 미국의 의회,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연방수사국(FBI) 등 주요 국가기관은 물론 AT&T, 포드 등 대기업과 금융.언론기관의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 미국에서만 피해액이 1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등 전세계에 큰 피해를 입혔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노무라증권 홍콩사무실과 런던사무실, 미국 다우존스와이어 홍콩지사,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등의 컴퓨터에 큰 피해가 났고, 유럽에서도 유럽의회, 스위스 정부 및 업계, 덴마크 의회와 환경.에너지부, 덴마크 최대 통신회사인 `텔레 덴마크',TV2 채널 등의 컴퓨터 시스템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영국에선 바이러스 출현으로 하원 통신 시스템이 일시 폐쇄됐으며 영국 업체의 e-메일 시스템 가운데 30% 정도가 마비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러브' 바이러스가 미국에서만 97만대의 컴퓨터에 피해를 주었으며 유럽 16만7천여대, 남미 2만2천대, 아시아 1만2천대, 아프리카 1만7천대, 호주 7천600대 등 전세계적으로 127만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처음으로 유포된 것으로 추정하고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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