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과 오찬’ 2년 연속 하더니 … 후계자 대열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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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값이 인생 투자금이었나.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 그룹은 12일(현지시간) 중소 헤지펀드 페닌슐라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펀드 매니저 테드 웨슐러(Ted Weschler·50·사진)가 내년 초부터 해서웨이에서 일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은퇴를 앞둔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81) 회장이 무명의 펀드매니저를 후계 후보군에 올린 것이다. 웨슐러는 ‘버핏과 오찬’ 경매에 참여하면서 버핏에게 눈도장을 찍어온 바로 그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버핏 후계 물망에 오르면서 나름 내공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웨슐러는 1999년 버니지아주 샬러츠빌에서 페닌슐라 캐피털을 창업했다. 운용 자산 규모는 20억 달러 정도다. 그가 지난 11년간 거둔 수익률은 1236%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27% 남짓이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가 23% 하락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버핏도 그의 투자 혜안을 눈여겨봤다는 후문이다.

 버핏과 연을 맺은 것은 매년 개최되는 ‘버핏과 오찬’ 경매에 참여하면서다. 이제 그 점심이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된 셈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웨슐러는 지난해 262만6311달러, 올해 100달러 많은 262만6411달러 등 두 차례 낙찰자가 됐다. 몇 시간의 점심값으로 총 525만 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한 것이다. 당시 그는 익명으로 해줄 걸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버핏의 다른 후계 후보로는 지난해 가을 해서웨이에 진입한 토드 콤스(40)가 있다. 해서웨이는 이날 발표에서 버핏이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놓게 될 경우 콤스와 웨슐러 두 사람이 이사회 및 새 CEO의 지침에 따라 회사 자산과 부채 관리에 관한 책임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서웨이는 버핏이 현재 모두 갖고 있는 회장, CEO 및 투자관리자 직책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버핏 이후 해서웨이를 이끌 후계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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