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경기호전으로 양극화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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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시장에도 양극화 뚜렷하다. 경기호전에 힘입어 공장.빌딩용 등 기업토지는 잘 팔리고 있지만 개인용 땅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일 토지공사에 따르면 토공이 보유한 기업토지 가운데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71건 3천1백88억원어치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1998년 3건 90억원어치의 30배가 넘는 것이며 지난 한해 동안의 2천5백6억원어치를 뛰어 넘었다.

기업 경기가 좋아지면서 창업과 설비투자가 는 때문이다.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에 조성된 업무.상업용지 등의 매각도 불이 붙었다.

특히 신도시에서 두드러지는데 분당의 업무.상업용지는 4월말 현재 26필지 1만9천7백28평이 분양돼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면적보다 5배나 증가했다.

토공이 조성한 공장용지도 올들어 4월까지 14만2천평이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3만1천평)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기업토지 시장이 이처럼 호전된데 비해 개인용 소규모 토지시장은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와 그린벨트 건축제한 완화 등의 호재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양.남양주.하남.의왕 등 일선 그린벨트 시장은 건축규제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발걸음이 뜸하고 가격도 변화가 없다.

남양주 천지공인 관계자는 "건축 규제완화 조치가 이미 예상됐었고 토지거래허가 등 다른 규제로 거래가 쉽지않아 손님이 거의 없다" 며 "덕소 일대 도로 안쪽 논.밭이 평당 30만~40만원으로 지난해 수준" 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가치가 있는 그린벨트 내 경매물건에는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 지난 1일 성남지원에서는 하남시 망월동 대지 2백61평(건평 30평)그린벨트가 경매에 부쳐져 2억6천4백50만원에 낙찰됐다.

이 경매에 10명이나 참여, 최저가 2억2천3백만원을 훌쩍 넘었다.

거래가 뜸하기는 전원주택지도 마찬가지. 용인시 수지읍 고기리 햇빛마을 한승운 실장은 "평당 1백만원 선에 전원주택지 12필지를 1월부터 팔고 있으나 지금까지 4필지만 팔렸다" 며 "최근 주가 폭락에 따른 투자 여력 감소로 부동산 시장이 되레 얼어붙는 분위기" 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발표 이후 접경지역 투자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향양리 준농리가 평당 20만원대, 농림지가 평당 6만~7만원으로 호가만 지난해보다 30% 정도 오른채 거래는 별로 없다.

태인컨설팅 경기북부지사 이용우 이사는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호가도 오른 건 사실이나 실제 발걸음은 뜸한 편" 이라며 "앞으로 정상회담 이후에는 실제 매매거래가 활발해 질 것" 으로 예상했다.

준농림지 건축제한 조치가 내려진 용인 땅도 매기가 거의 없다.

구성면 대신공인 신순도 사장은 "팔아달라는 물건은 많이 나오고 있으나 수요가 전혀 없어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다" 고 전했다.

건국컨설팅 유종율 사장은 "재료가 있는 특수지역을 빼고는 땅 거래가 크게 위축돼 있다" 며 "묻어두기식 투자는 실패하게 마련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금융시장에서 돈이 빠지지 않는 것 같다" 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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