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대학생이 한마음으로 가꾸는 ‘어울림’ 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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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신창면에 위치한 경희 학성 아파트 입구. 단지로 들어가는 길 우측 벽에 ‘주민과 대학이 함께 만드는 공간’이라고 씌어진 문구가 눈에 띈다. 이 아파트는 총 937세대. 이중 700여 세대가 순천향대 학생 입주자들이 다. 대학과 아파트의 거리가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순천향대와 아파트 간의 교류가 활발한 이유다. 아파트 주민들은 동네 이웃인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행사에 발 벗고 나선다. 대학도 학생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아파트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아파트 주민들과 순천향대 학생들이 단지 내 벽화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함께하는 즐거움은 더 크다

순천향대는 학생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방범 캠페인’ 활동을 한다. 교직원·학생들로 이뤄진 방범팀이 심야 시간에 학교 주변을 순찰한다. 이 활동에 아파트 주민들도 동참한다. 마을 대표로 행사를 주도하는 하재용(59·읍내4리) 이장은 “학생들이 곧 우리 주민”이라며 “주민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순천향대가 주관한 ‘교통안전 캠페인’에도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다. 순천향대 근처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주민, 학생들의 피해가 대부분이었다. 주민과 학교는 뜻을 모아 분기에 한 번씩 행사를 열었다. 교직원·학생·주민들 500여 명이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 홍보에 나섰다. 인근 상가 거리를 지날 때는 상가 주인들에게 캠페인에 대해 설명도 해준다.

대학은 김장철 마다 ‘김장 담그기 행사’를 연다. 여기에도 주민들이 함께 한다. 학교와 주민들이 1000포기 정도를 담가 새터민·독거노인들에게 나눠준다. 장권화(54) 입주자 대표는 “김장 행사 때 외국인 학생도 참가해 김치 담그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며 “행사 내내 즐거웠고 좋은 일을 하니 행복했다”고 말했다.

피부색은 달라도 우리는 이웃

경희 학성 아파트 입구에는 작은 슈퍼마켓이 있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이곳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의 사랑방으로 변한다. 미국, 캐나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국적이 다양하다. 순천향대 외국인 강사와 아산지역 초·중·고 원어민 강사들이 대부분이다.

중국 천진외국어대학원생인 순팅(24)은 지난 2월 한국에 왔다. 중국 교육부의 ‘공자아카데미’ 활동의 일환으로 중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순팅은 현재 순천향대, 아산지역 초등학교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 순팅은 “아파트 주민들이 친절하고 아파트 내 외국인 이웃도 사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처음 외국인들과 함께 사는 게 어색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하이”라고 말하며 인사를 나누다 보니 금방 가까워졌다고 한다. 단지 내 아이들도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유재현(49) 관리소장은 “일부러 천안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일주일에 한 번 아파트로 데려온다”며 “이웃에 외국인이 함께 있으면 아이들이 영어에 다가서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교 도움으로 행복한 동네

아파트 입구에서 단지까지 200m 가량의 벽면에는 꽃, 날개 등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올해 5월 순천향대에서 벽화사업의 사업비 절반을 지원해 줬다. 회색빛의 콘크리트 벽이 미술작품으로 변하면서 단지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박점순(56) 부녀회장은 “아파트에 벽화가 생기니 단지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졌다”며 즐거워했다.

순천향대는 2009년 단지 내 CCTV 설치 사업 예산의 절반을 지원해 줬다. CCTV 설치가 단지 내 순천향대 학생들의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평소 순천향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준 주민들을 위한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했다. 이정규(49) 홍보팀장은 “주민들이 매우 적극적이다. CCTV·벽화 사업도 이장, 부녀회장이 의견을 개진해 이뤄진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학과 아파트 주민이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조한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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